부산, 도시의 이야기가 미술로 다시 태어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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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부산비엔날레

2020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송민정 작가의 ‘Talker’.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쓴 문학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새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0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송민정 작가의 ‘Talker’.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쓴 문학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새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부산을 쓰다, 보다, 걷다’.

부산 이야기를 품은 2020부산비엔날레가 부산현대미술관, 중앙동 일원, 영도 창고에서 펼쳐진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올 9월 개막하는 2020부산비엔날레 세부계획을 28일 발표했다. 조직위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리는 2020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를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로 확정했다.

2020부산비엔날레에는 30여 개국 80여 명의 예술가(문학가 포함)가 참여한다. 전시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소설가 10명, 시인 1명 등 국내외 문학가 11명을 섭외해 부산과 관련한 문학작품을 쓰도록 했다. 이들이 집필한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시각예술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준비한다.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문학 작품 기반 전시주제 확정

“픽션의 도시 부산 위한 오마주”

영도·원도심·을숙도에서 전시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러시아 작곡가인 무소륵스키가 친구의 추모 전시회를 관람한 후 만든 ‘전람회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0개의 피아노곡과 5개의 간주곡이라는 구성방식을 차용해, 열 명의 소설가가 쓴 ‘열 장의 이야기’와 한 명의 시인이 만든 ‘다섯 편의 시’로 전시를 구성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서로 다른 예술 형식 간의 소통과 더불어 특히 ‘픽션’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그는 “부산은 이야기(픽션)의 도시”라고 말한다. 수많은 영화와 문학의 배경이 된 도시인 동시에 영화제의 도시인 부산이야말로 여러 픽션을 동원하는 전시방법론을 실험하기에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이야기의 도시’ 부산에 문학가들이 새로 창작해 낸 소설과 시로 가상의 층(layers)을 더하고, 예술가들이 그 가상의 층을 해석해 새로운 층을 쌓아 가도록 했다. 관람객들은 문학과 예술작품의 결합을 통해 더 다양하고 풍성해진 부산의 지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도시 부산을 위한 오마주, 기억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2020부산비엔날레의 중요한 키가 되어 줄 11명의 소설가와 시인은 한국, 미국, 덴마크,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들이다. 국내에서는 ‘아오이가든’의 편혜영, ‘도시의 시간’의 박솔뫼 작가가 소설가로 참여한다. ‘다섯 편의 시’는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혜순 작가가 맡았다. 이들이 쓴 총 15편의 문학작품은 전시 개막에 앞서 국·영본 전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시각예술가들은 이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현재 작품을 구상 중이다.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독자적 리얼리즘 세계를 구축한 작가 노원희, 수묵감성으로 현대 도시의 진정성을 구현하는 작가 배지민, 신체적 관계와 비신체적 관계가 혼잡하게 얽힌 시대의 정체성에 관한 영상·설치 작업을 하는 송민정 등이 전시에 참여한다. 부산의 지역성 탐구가 주요 소재가 된 점을 감안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참여가 시선을 끈다.

해외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올해 시드니비엔날레에 참여한 아지즈 하자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비앙카 봉디, 벨기에 2인조 작가인 요스 드 그뤼터&해럴드 타이스,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모니카 본비치니, 덴마크의 라세 크로그 묄레르 등이 참여한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영도대교·중앙동 원도심에서는 개항, 전쟁과 피난을 겪은 도시 부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부산이 가진 혼재된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 줄 예정이다. 한편 조직위는 코로나19 사태가 개막 때까지 이어질 경우도 상정해서 관람 예약제, 시간별 관람 인원 설정, 온라인 전시 등 2020부산비엔날레 안전 관람을 위한 시스템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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