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다 기자의 부산읽기] 코로나19 사태와 한국 프로야구의 매력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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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다 다이 서일본신문 기자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 일본 프로야구보다 한발 앞서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 경기를 취재하러 가서 보니, 44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과 시즌 한정 특별규정을 만들어 철저한 감염예방 대책을 마련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노력이 돋보였다.

만에 하나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야구장에 입장할 때 기자의 연락처를 기입하게 하는 건 당연하고, 그라운드에도 원칙적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시합 전후 선수 취재도 2m 정도의 거리를 띄워야 했으며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심판, 그라운드 키퍼 같은 관계자는 마스크와 위생용 장갑을 필수적으로 착용하게 했다. 평소라면 중계 방송국의 취재진이 선수 바로 옆에 서서 하는 시합 후 인터뷰도 스튜디오에서 헤드폰을 통해 선수와 원격으로 진행했다. 선수가 혼자 그라운드를 향해 인터뷰에 응답하는 모습이 이상하긴 했지만 ‘단 한 사람의 감염자도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KBO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TV나 온라인으로 관전하는 팬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롯데 응원단의 모습에서는 한·일 응원문화가 다르다는 점이 느껴졌다. 예전에 사진기자로 후쿠오카를 본거지로 하는 강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약 3년간 취재한 경험에 비춰 보면, 야구 관전의 묘미이자 구장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틀림없이 응원이다.

일본은 팬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설·개별 응원단이 트럼펫이나 북 같은 악기와 깃발을 이용해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한국에서는 구단이 직접 고용한 응원단의 치어리더와 단장이 댄스 등 퍼포먼스로 구장 안을 달군다. 다만 선수마다 응원가가 있고 구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성숙한 문화는 양국의 공통된 점이다.

현재 일본에서도 프로야구 개막을 위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사전준비를 위해 KBO가 작성한 매뉴얼을 입수해 감염예방 대책을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제2의 파도’ 도래가 우려되고 있지만 한국의 방역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것은 배우자’는 일본 야구계의 자세는 ‘스포츠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에서도 야구팬을 위해 한국 프로야구를 온라인 중계하고 있고, 이를 계기로 파워 넘치는 한국 야구의 매력을 알게 된 일본인이 늘고 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한·일 양국의 왕래가 부활하고, 일본에서 한국의 구장을 찾는 팬이 늘어나길 바란다. 매력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dai.kaneda@nishinippon-np.jp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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