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생 안전” vs “주민 편의”… 스쿨존 공영주차장 폐지 해법 없나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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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 12시께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신암로 노상 공영주차장에 차량 수십 대가 주차된 모습. 부산진구는 지난 23일부터 이 주차장 172면 중 어린이보호구역에 포함된 70면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28일 낮 12시께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신암로 노상 공영주차장에 차량 수십 대가 주차된 모습. 부산진구는 지난 23일부터 이 주차장 172면 중 어린이보호구역에 포함된 70면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민식이법’ 시행과 함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이 사라지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안에 지역 내 대상지 200여 면을 모두 폐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은 “대안 없는 졸속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학생 안전’과 ‘주민 편의’라는 버릴 수 없는 가치들이 대립하고 있어, 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부산시 올해 231면 폐지 계획

범천동 신암로 70면 폐지 착수

“민식이법 시행 취지는 좋지만

주차장 없으면 가게 영업 못 해”

인근 주민, 대체부지 등 대책 촉구

부산 부산진구는 지난 23일부터 범천동 신암로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 172면 중 70면을 폐지한다고 28일 밝혔다. 이곳의 주차면이 40% 넘게 줄어든 이유는 대상지가 어린이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개정된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다. 이미 설치된 경우에도 이를 폐지하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 범천동 신암로 노상 공영주차장에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선암유치원 인근 300m 도로가 포함돼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원칙상 2011년에 이미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을 없애야 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시행을 미뤘다. 하지만 올해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지침을 내렸다. 이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공영주차장을 서둘러 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행안부는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노상주차장 총 281곳를 2년 이내에 모두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 들어 각 지자체에 폐지를 요청하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안에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노상 공영주차장 231면을 모두 폐지할 계획이다. 이미 시는 지난해 서구 토성초등 주거지 주차장(4면), 서구 가람어린이집 공영주차장(16면), 영도구 대교초등 공영주차장(36면), 연제구 동명초등 주거지 주차장(10면), 사상구 엄궁초등 주거지 주차장(3면) 등 모두 69면을 폐지했다. 올해도 사하구 해뜸어린이집 공영주차장(45면)을 없앤 상태다.

하지만 시가 노상 공영주차장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주민 반발도 만만찮다. 부산진구 신암로에서 8년째 신발 부자재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54) 씨는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어린이가 튀어나와 벌어지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막자는 민식이법과 시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사전에 공청회라도 열어 주민 의견을 전혀 듣지도 않았고, 대체 부지도 없이 순식간에 주차장을 없애 버렸다. 주차장이 없으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행정 집행을 하면 주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피해를 입어 가게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다”고 호소했다.

부산진구의회 김재운(미래통합당) 의원은 “민식이법을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주민들과의 공청회 등 소통이 부족한 게 아쉽다. 범천동 신암로 일대는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대표적인 주차난 지역”이라면서 “지자체는 사라진 주차 공간을 대신할 부지를 마련해 주거나 주차장 폐지를 몇 개월이라도 미뤄 자구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는 등 일대 주민과 상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차장 폐지는 부산진구나 부산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 벌어지는 사안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부산진구 측은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 공영주차장을 폐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년 10억 원가량 집행되는 지역 주차 환경 개선 비용으로 공동주차장을 만드는 등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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