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언론도 국회도 이젠 ‘지역 속으로!’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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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부산일보 제3기 독자위원회가 엊그제 출범했다. 뉴스 제작의 옴부즈맨 역할을 하는 독자위원회는 이번에 3기를 맞아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 25명을 위촉했는데 지역의 경제계, 학계, 문화계, 시민사회, 밀레니얼 세대 등을 망라했다. 독자 맞춤형 뉴스 제작을 위해 ‘지역에 가까이, 독자에 더 가까이’를 슬로건으로 내건 부산일보로서는 올해로 운영 20년째를 맞는 독자위원회가 뉴스 제작의 방향을 비추는 등대이자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제3기 독자위원회 출범식을 지켜보면서 지역언론이든 지역사회이든 ‘지역’ 혹은 ‘부산’을 우선하는 화두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 지역언론이 지역의 현주소를 투명하게 보여 주는 거울이자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담론의 발전소로 그 역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염원과 소망이 곳곳에서 읽혔다. “부산일보가 잘돼야 부산과 대한민국이 잘된다”는 한 독자위원의 말에서 그 염원과 소망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부산일보 3기 독자위원회 출범

‘지역’ ‘부산’ 우선하는 화두 없어

 

30일 개원하는 제21대 국회도

‘국가’ ‘중앙’ 논리에서 벗어나야

 

‘포스트 코로나’ 화두는 단연 지역

“지역 발전이 곧 국가 발전” 되새겨야


국회를 비판 감시하는 옴부즈맨이랄 수 있는 언론인으로서 독자위원회 출범은 30일 개원하는 제21대 국회와 겹쳐서 다가왔다. 특히 지역민들의 투표로 뽑힌 선량 300명으로 구성된 국회가 이번에는 ‘지역’과 ‘부산’이라는 화두 혹은 담론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해서다. 오늘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분권개헌은 물론이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법률 제정을 내팽개친 채 권력 다툼에만 골몰하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국회와 국회의원은 이제 ‘국가’ 혹은 ‘중앙’이라는 멍에와 사슬에서 놓여나야 한다. 오래된 중앙집권적 사고에 짓눌려 자신들을 뽑아 준 지역과 지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에게만 집착해 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의 국가에만 오로지 충성한다는 이유로 지역과 지역민은 ‘지역이기주의’ ‘지방방송 꺼라’ 따위의 편견에 사로잡혀 푸대접해 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국회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이다. 민의를 받들어 법치 정치의 기초인 법률을 제정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국가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민들이 제대로 국민 대접을 받아 왔는가 하는 점이다. 서울 사람들은 국민 대접을 받았는지 몰라도 지역민들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등 국민에 머물렀을 뿐이다.

지역민이 국민으로서 사람대접 제대로 받기 위해 서울로, 수도권으로 자꾸만 몰려가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서게 되었다.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수도권이 지방에서 흡수한 인구가 4만 4262명으로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지방소멸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본사 74%가 몰려 있는 데다 공연예술 횟수의 65.4%, 전시 건수의 55.5%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은 권력은 물론이고 돈과 일자리에다 문화 향유까지 넘쳐나는 셈이다. 부산·울산 중소기업 255곳이 최근 ‘21대 국회가 중점 추진해야 할 지역 과제’(중복응답)로 ‘지역경제 활력 회복’(73.3%), ‘지역형 일자리 확충 및 환경 조성’(32.2%), ‘코로나19 운영자금 대출 및 이자 지원’(24.3%), ‘물류 인프라 개선 위한 동남권 신공항’(14.5%) 등을 꼽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역은 이전과 다르다. 지역감염 예방의 최전선이 지방이었고, 긴급재난지원금 또한 지역에서만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는 점에서 공동체 삶의 터전이 바로 지역이라는 사실을 공유하게 되었다. 국가나 중앙이라는 개념은 관념적 실체에 가깝고 터 잡고 살아가는 지역 혹은 ‘지금 여기’의 로컬이야말로 구체적인 삶터이자 민생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널리 각인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달라진 세상에서는 국가나 중앙이 지역 위에 군림할 게 아니라 ‘지역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해 지역민을 제대로 국민 대접하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그런 맥락에서 정부를 비판 감시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고, 지역이 골고루 잘살도록 예산 집행을 독려해야 한다. 동남권 관문공항 같은 지역 현안도 국회가 의제화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지역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지역 속으로’를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21대 국회를 기대한다. forest@busan.com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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