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만 훌쩍여도 화들짝’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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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

2일 부산시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 강화를 위한 긴급 원격회의에서 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학교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원격회의에는 부산지역 초·중·고·특수학교 등의 모든 학교장이 참석했다. 정종회 기자 jjh@ 2일 부산시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 강화를 위한 긴급 원격회의에서 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학교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원격회의에는 부산지역 초·중·고·특수학교 등의 모든 학교장이 참석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달 29일 등교 후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고3 학생의 감염경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용한 전파’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진행한 내성고 3학년 전체 학생과 교직원 대상 검사에서도 2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감염경로는 더욱 오리무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등교 중이거나 등교를 앞둔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약간의 감기 증상이라도 있으면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내성고 고3·교직원 모두 ‘음성’

조용한 전파 가능성에 점차 무게

경미한 증상 때 등교 여부 혼란

교육청 “3~4일 쉬면서 경과 봐야”

학생용 선별진료소 필요 주장도


■콧물 한 방울에도 선별진료소 가나요?

학부모 김정은(43·부산 해운대구) 씨는 2일 아침 학교에서 온 문자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전날인 1일 오후부터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일 열을 쟀더니 37.2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운 소아과에 데려갔고, 의사도 경미한 감기 증상 같아 보인다며 가벼운 약을 처방해 줬다. 하지만 2일 학교에서 온 학생건강상태 자가진단 문자를 받아들자 또 한번 혼란스러웠다. 이날 아이 체온도 37.5도 미만이었고, 콧물은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증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진단표상으로는 등교를 해도 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해열제 등 약을 먹어 일시적으로 호전된 상태라면, 학교를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당장 선별진료소로 데려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에 생각이 미치자 혼란스럽기만 했다.

환절기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에, 경로를 알 수 없는 ‘조용한 전파’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병·의원과 각 가정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같으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고, 자신이나 가족의 해외 방문 이력이 없으면 단순 감기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코로나19부터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소아과 의사는 “학생들이 조용한 전파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선별진료소로 가 보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단순 감기’로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주재한 부산 초·중·고·특수학교 교장 화상회의에서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의심증상이 있으면 3~4일 정도는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게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교육부 매뉴얼상으로는 하루 증상이 있었다 해도, 다음 날 상태가 호전되면 학교에 올 수 있다.


■‘학생용 선별진료소’ 어떨까요?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전문의)은 “현재 의심증상이 있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3~4일 증상이 더 심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과 첫날 바로 선별진료소로 가는 것이 있다”면서 “서울에서는 아예 선제검사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3~4일을 기다리기보다는 무조건 선별진료소로 가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별진료소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거부감과 두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 모(41) 씨는 “아이가 기침을 해 선별진료소로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남편과 통화하다 한 번 말했을 뿐인데 아이가 ‘나, 선별진료소 가야 하는 거야?’라며, 마치 코로나19에 걸린 것처럼 펑펑 울어 놀랐다”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무서운 곳이고, 부모들에게도 방문이 꺼려지는 곳이라면 아예 학생용 선별진료소를 따로 몇 곳 만들어 어린이응급실처럼 분위기도 부드럽게 하고, 아동심리 지원까지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다.

앞서 1일 경기교총도 “가정에 보호자가 없는 경우 선별진료소로 이송됐던 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방역 책임기관인 지자체가 학생 전용 선별진료소와 돌봄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1일 진행한 내성고 3학년 학생과 교직원 전수조사에서는 159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자로서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 학생 9명과 교사 2명의 검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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