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서 낚는 싱싱한 부산…관광유람선 자갈치 크루즈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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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영도등대와 신선 바위 옆으로 작은 유람선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태종대 영도등대와 신선 바위 옆으로 작은 유람선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만 탈 수 있는 관광유람선이 있다. 2018년 8월 운항을 시작한 부산 남항유람선 자갈치 크루즈다. 인터넷에서는 단순히 자갈치 유람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도대교 인근 자갈치시장 위판장 앞 남항선착장을 출발해 암남공원을 거쳐 태종대까지 다녀오는 배다. 조금씩 더워지는 초여름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러 가본다.


깡깡이 마을·남부민 방파제·남항대교

영도흰여울마을·태종대·등대·생도…

바닷바람 맞으며 부산 앞바다 즐기기


■느긋한 출항 준비

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선다. 비릿한 갯내가 시원한 바람에 실려 코끝을 자극한다. ‘여기가 바로 자갈치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자갈치해안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제1, 2구 잠수기수협과 자갈치시장 위판장 사이에 골목이 나타난다. 골목 끝 바닷가에 큰 배 한 척이 서 있다. 뱃머리에 ‘자갈치크루즈’라는 큰 글씨가 보인다. 배 앞에 여러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낚시를 즐기는 중이다.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데 고기를 잡아서 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갈치 크루즈 오른편에는 자갈치시장 위판장과 신동아시장 등이 보인다. 바닷가 벤치에는 코로나19를 피해 봄 바닷바람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느긋하게 앉아 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잘 지키고 있다. 먹이를 줄 사람을 찾는 듯 갈매기 여러 마리가 ‘끼룩끼룩’하며 천천히 그리고 낮게 배 주변을 날아다닌다.

오후 2시에 출항하는 자갈치 크루즈 표를 샀다. 원래 이 시간에는 영도대교 도개를 볼 수 있다. 크루즈 안내문에도 ‘2항차 오후 2시 영도 도개교 관람’이라고 적어놓았다. 원래는 1시 50분 무렵 도개 행사를 시작한다. 2년 전 자갈치 유람선을 처음 이용했을 때, 선수에 서서 영도대교 도개 정면을 재미있게 지켜본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도개 행사는 중단됐다. 자갈치 바닷가에 관람객이 모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크루즈 출항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4~10월에는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 오후 6시와 8시에 운항한다. 11~3월에는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5시와 7시에 운항한다. 매회 운항 시간은 90분 정도다. 매표소는 수협 건물 1층이다. 승선권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살 수 있다. 예약하면 1만 5200원, 현장에서 사면 1만 9000원이다.

자갈치 크루즈 1층과 2층은 실내 공간이다. 2층에서는 1층을 내려 볼 수 있게 틔어 있다. 3층은 실외 갑판이다. 지붕에 차양을 쳐 놓아 햇빛을 가린다. 바깥에서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올라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생도 생도
흰여울마을 흰여울마을
남부민방파제 등대. 남부민방파제 등대.

■ 다양한 부산 앞바다 풍경

자갈치 크루즈는 오후 2시 정각에 출항한다. 이렇게 큰 배가 아주 부드럽고 느긋하게 좁아 보이는 부두를 빠져나가는 모습에 다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뱃머리를 외항으로 돌린 자갈치 크루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바다를 가로지른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시간은 많다.

바다 건너편 영도에서 ‘깡. 까~앙’ 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선소가 즐비한 깡깡이 마을에서 나는 소리다. 자갈치 크루즈 스피커에서는 “수리할 때 망치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깡깡 하고 난다고 해서 깡깡이 마을이라고 부른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배가 얹힌 독(dock)에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고, 비어있는 독에서는 쓸쓸한 녹물만 흘러내린다.

깡깡이 마을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병풍처럼 서 있다. 또 그 뒤로는 봉래산이 물끄러미 아파트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심한 구름은 산 위를 날아다니며 하품하고 있다.

자갈치 크루즈는 남부민방파제를 지난다. 양쪽에 조그마한 등대 두 개가 서 있다. 하나는 빨간색, 다른 하나는 하얀색 등대다. 둘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지나는 배를 향해 잘 다녀오라 손 흔들어 준다.

방파제를 지나면 남항대교가 눈 앞에 펼쳐진다. 영도구 영선동에서 서구 암남동까지 이어지는 다리다. 오후 6시 배를 타면 이 다리 근처를 지날 때 야경이 멋있다. 남항대교 오른쪽에는 멀리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해상케이블카가 암남공원까지 바다 위를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다리를 지나면 왼쪽에 영도 절영해안산책로가 보인다. 흰여울마을이 바다를 보면서 길게 늘어서 있다. 봉래산 중턱을 따라 다양한 색깔의 주택이 가지런히 열을 지었다. 주택을 빨강, 파랑, 초록 등 좀 더 눈에 잘 띄고 개성 있는 색으로 바꿔 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자갈치 크루즈는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아간다. 바다에는 멍하니 서 있는 선박이 많다. 부두에 배를 세울 곳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배인 모양이다. 사람은 하나도 없는 텅 빈 것 같은 배도 있다. 자갈치 크루즈는 여러 배 사이를 유유히 헤쳐 지나간다.

선수와 선미에는 부산 앞바다 풍광을 즐기고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보려는 많은 관광객이 난간을 잡고 서 있다. 거친 바닷바람은 그들의 얼굴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뒤로 날린다. 즐겁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찍어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다들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는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즐거운 것인 걸 처음 알았다는 듯 모두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남항대교 아래 남항대교 아래

깡깡이 마을 조선소 깡깡이 마을 조선소
정박 중인 자갈치 크루즈. 정박 중인 자갈치 크루즈.

■ 태종대에서 아쉬운 유턴

왼쪽으로 긴 섬이 보인다.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태종대다. 감지해변이 보이고 곤포유람선 선착장도 나타난다. 섬 중턱에 매점이 우뚝 서 있고, 바닷가 바위 위에는 등대가 자리 잡았다. 안내방송에서는 신선 바위와 망부석의 유래를 알려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닷바람에 실려 퍼지는 목소리 뒤로 남구 쪽에 오륙도가 보인다.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영도 등대는 제법 멋지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씩씩하고 웅장해 보인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쉽게도 배는 여기에서 유턴을 한다. 모든 승선객의 마음속에는 오륙도까지 다녀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원래 정해진 코스는 여기까지다.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생도는 배가 방향을 남항방파제 쪽으로 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바다, 그리고 파도하고만 놀기 심심했는지 배를 따라 자갈치로 가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생도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곳에 우뚝하니 서서 등대를 밝혀 배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게 자신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부산 앞바다 풍경은 나갈 때와 다를 게 없다. 다만 바라보는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잠시 앉아 쉬려고 실내로 들어갔다. 뜬금없이 노랫소리가 들린다. 항해 도중 음악을 틀어놓고 초대가수나 승선객이 노래를 부르는 모양이다. 바다에서만큼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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