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작가 눈으로 본 다양한 사람 이야기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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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쇼-LIFE/인생’전

조장은의 ‘인생이 참 힘드러’. 신세계갤러리 제공 조장은의 ‘인생이 참 힘드러’. 신세계갤러리 제공

‘살면서 가장 감동스러웠을 때는?’

반짝이는 바다 위로 질문이 지나가면 머리 위 스피커에서 사람들이 답하는 목소리가 내려온다. 영상에 모래가 섞인 물이 나오면 ‘가장 힘들었을 때’, 그냥 파란 바다 위로는 ‘일하는 이유’를 묻는다. 윤동천 작가가 던진 ‘질문 세 가지’에 대한 시민들의 답변은 평범하지만 의외로 철학적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에서 ‘미디어 쇼-LIFE/인생’전이 열리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 9명이 47점의 작품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손선경 작가는 흰 여백과 간결한 검은 선으로 삽질, 놀이기구 타기 등 특정 제스처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는 하지만 반복적 구도 안에서 느껴지는 안도감 때문에 늘 제자리를 맴돈다. 우리의 생이 반복으로 채워지고, 어느새 반복이 인생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 준다. 한국화를 전공한 조장은 작가는 ‘영원히 놀고 먹고 싶다’ ‘인생이 참 힘드러’ 등 유머 코드를 녹여낸 회화 작품으로 소소한 생을 그려 냈다. 사진작가 한상재는 친정엄마의 오래된 물건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다수 참여해 영상 세대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부산 출신인 장나리 작가의 애니메이션 ‘한심해서 죄송합니다’는 눈칫밥을 먹는 딸, ‘아버지의 방’은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자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특히 ‘아버지의 방’은 인디애니페스트 대상과 미국 슬림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아픈 기억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잘 표현했다.

김보영 작가는 ‘레버’를 통해 현실적인 이유로 고민을 피하고, 양심의 가책에 익숙해지는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레버를 당기는 행위는 비정한 현대인의 삶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먹이’는 어항 밖의 바다를 동경하는 물고기의 이야기다. 완벽해 보이는 창 너머 세계의 실제 모습으로 반전 있는 결말을 선사한다. ▶‘미디어 쇼-LIFE/인생’=15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051-745-1508.

오금아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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