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인문학으로 풀어낸 한국 정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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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 기행 / 김종길

고산 윤선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가였다. 고산은 쉰한 살이던 1637년부터 바다 가운데의 섬 보길도에 부용동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부용동 정원은 조선의 3대 민간 정원 중 하나다.

고산은 정원을 예술로 승화했다. 아름다운 산수에 정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 음악, 무용, 그림 등 자신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펼쳐 정원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심미적 감흥을 심화시켰다. 고산은 167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곱 번 부용동을 드나들며 13년 동안 머물렀다. 그동안 ‘어부사시사’ 40수와 32편의 한시를 남겼다. 고산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며 보길도에 자신만의 낙원을 조성했다.

〈한국 정원 기행〉은 국내 정원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낸 기행서이다. 인문여행가인 저자는 윤선도의 보길도 부용동 원림, 양산보의 담양 소쇄원 원림, 정영방의 영양 서석지 등 조선의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주택·별당 정원까지 국내 정원을 망라했다.

옛 정원을 조성한 정원가들은 대부분 문인이었다. 그들은 현실 세계와의 싸움에서 잠시 물러나 다시 도약하는 장소로, 때로는 학문과 휴식의 장소로, 혹은 세상과의 일정 정도 단절을 위한 은거지로 정원을 조성했다. 최고 권력의 정점을 찍은 왕실 정원과는 달리 이들 정원은 정원가들의 세계관과 예술관에 따라 다양하게 조성됐다. 김종길 지음/미래의창/328쪽/1만 7000원. 김상훈 기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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