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 문화’ 美 정치판 변화 주도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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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록펠러 플라자에서 K팝 보이 밴드 BTS가 ‘Today Show’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팬들이 모였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록펠러 플라자에서 K팝 보이 밴드 BTS가 ‘Today Show’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팬들이 모였다. AFP연합뉴스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을 화제로 만들어온 K팝 팬들이 이제는 미국 정치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 달 만에 재개한 유세 현장을 썰렁하게 만든 주역으로 꼽히는 K팝 팬들의 조직된 행동력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이 22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NYT·CNN, K팝 팬 집중 조명

트럼프 유세 실패 존재감 주목

사회·정치적 변화에 새 바람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측은 참석률이 저조했던 이유가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 탓이지 K팝 팬들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K팝 팬덤 문화의 정치적 영향력은 주목할 만하다고 NYT는 소개했다.

트위터를 주 무대로 삼아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K팝 팬들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지지하며 성금을 보내고,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가 SNS에 등장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을 해당 문구와 함께 무더기로 올려 인종차별적 언사가 주목받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미국 댈러스 경찰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목격한다면 제보 영상을 보내 달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을 때도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을 끊임없이 보내 경찰을 당황하게 했다.

인디애나대학 동아시아 문화학 객원 조교수로 K팝 팬 문화를 연구하는 시더보우 새이지는 “젊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이고, 외향적인 이 사람들이 정치적인 활동을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K팝 팬들을 ‘새로운 문화를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젊은이들’이라며 “영화 ‘기생충’을 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과 정반대에 있다”고 평했다.

CNN은 미국의 많은 K팝 팬들이 유색인종, 성소수자(LGBT) 집단에 속해 있다는 새이지의 설명을 염두에 둔다면 이들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캠페인을 응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고 논평했다.

NYT는 K팝 팬들은 자신들의 팬덤 문화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려고 최근 몇 년간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에서는 팬덤 문화가 경쟁하는 가수에게 비난을 퍼붓고, 좋아하는 가수에게 명품 시계를 선물하는 등 마치 광신적 종교집단과도 같은 취급을 받아왔는데,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 노인들, 불치병 환자들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일은 이제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CNN은 팬클럽의 봉사와 기부 덕에 이들이 응원하는 가수들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얻었고, 가수들에게 집착하는 존재로만 비치던 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한국 가수들이 흑인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만큼 K팝 팬들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힘을 실어 준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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