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오락가락 접촉자 수, 방역당국 신뢰도 흔들렸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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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해양수산부 기자

‘211, 164, 163.’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선박 2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방역당국이 발표한 접촉자 수가 2차례 바뀌었다. 22일 오후 9시께 감천항에 정박한 아이스스트림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6명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23일 접촉자를 150명으로 발표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인접 선석에 정박했던 같은 선사 소속 아이스크리스탈호에서도 확진자 1명이 추가 발생했다. 다음 날인 24일 접촉자는 211명으로 늘었다. 아이스크리스탈호가 지난 18일 감천항에 정박한 뒤 배와 접촉한 인원 61명을 추가했다고 부산시는 덧붙였다. 첫 확진자들과 다른 배에서 새로 확진자가 나왔으니 접촉자 수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47명이 갑자기 접촉자에서 제외됐고, 25일엔 추가로 1명이 더 빠졌다. 24일 발표 211명에서 163명으로 하루도 못 가 접촉자 48명이 줄어든 것이다.

24일 공식브리핑 때 부산시는 아이스크리스탈호 접촉자 61명 중 연락 닿는 분이 14명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국립검역소는 “아이스크리스탈호 확진 선원이 22일 저녁 아이스스트림호 선원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해 그 이전 접촉자 47명은 접촉자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말이 엇갈렸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연락이 안 된다던 47명을 몇 시간 만에 찾아내 실제 22일 이전까지의 해당 선박 접촉 사실을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연락이 닿지 않는 47명을 편의상 제외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연락 불통 47명과 접촉자 집계에서 제외한 사람 47명은 공교롭게 같은 수인지, 25일 접촉자 수 집계에서 1명이 줄어 46명이 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부산시와 검역당국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천항은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치고 신원 확인이 돼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런 공간에서 이뤄진 검역에서 접촉자 수를 두번이나 수정 발표했다. 향후 부산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접촉자 수에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소한 불신이 방역 체계 전체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5일까지 접촉자 163명 중 152명이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다행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언제든 부산항과 우리 곁을 습격할 수 있다. 그때도 이번처럼 접촉자 수를 매일 바꾸고 번복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항만·방역 당국, 부산시는 철저한 방역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기본이 돼야 할 접촉자 집계도 제각각인 상황이 오히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재난이다. 오락가락한 접촉자 수가 흔들린 방역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jundragon@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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