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주)대진유압기계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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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압공구 최강 업체, 이젠 글로벌 시장 노린다

대진유압기계 박용봉 대표가 3일 부산 사상구 본사에서 충전식 유압기계를 설명하고 있다. 대진유압기계 박용봉 대표가 3일 부산 사상구 본사에서 충전식 유압기계를 설명하고 있다.

“거의 미개한 물건을 쳐다보는 듯 했죠. 당시에는 제가 봐도 우리 제품의 기능, 디자인이 다른 나라 제품들과 비교가 안 됐으니까요.”

(주)대진유압기계 박용봉 대표의 말대로 대진유압기계의 시작은 미약했다. 1995년 대진유압기계를 세운 박 대표는 2000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전시회에 처음 발을 들였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기술력 없는 나라에서 왜 이런 데를 나오느냐’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진유압기계는 다르다.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 ‘TECPOS’를 생산하는 국내유압공구 1위 업체, 전국적으로도 이름난 강소기업이 됐다. 이제 대진유압기계의 TECPOS는 없으면 뭔가 허전한 글로벌 전시회의 단골손님이다.


동종업계 최초 ISO 9001 획득

특허와 실용신안만 100개 넘어

‘TECPOS’, 세계적 브랜드 성장

국내 유일 충전식 유압기계 개발

수익 20% 달하는 R&D 투자 덕분

직원과 상생 ‘10년간 무해고 기업’


■R&D 투자 20%의 힘

국내 초고압 유압공구 시장 1위의 대진유압기계는 세계에서도 이름이 높다. 특히 대진유압기계의 알루미늄 공구는 최상급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유압기계는 압력을 가한 기름을 이용해 작동하는 동력 기계로 각종 공사 현장, 프레스기기 등에 쓰인다

대진유압기계가 그동안 쌓아온 실적도 화려하다. 1995년 처음 대진유압기계를 세운 박 대표는 유압실린더, 핸드펌프 등 유압공구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수입에 의존했던 전동펌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기도 하다. 동종업계 최초 ISO 9001/14001를 획득했고 특허와 실용신안이 100개가 넘는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과감한 R&D 투자가 있었다. 대진유압기계의 R&D 투자 비율은 수익의 20%에 달한다. 대진유압기계의 직원은 40여 명. 이 중 4~5명은 항상 연구개발 인력이다. 박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돈 벌어서 연구비에 다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며 웃었다.

과감한 투자는 20년 만에 초고압분야의 글로벌 선두그룹과 공동 연구를 하는 수준이 됐다. 미개한 물건에서 최고급 제품으로 20년 만에 평가를 바꾼 셈이다.

최근 유압공구업계의 뜨거운 이슈는 충전식 유압공구다. 유선으로 인한 불편함과 감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충전식 유압공구를 국내 대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데 이미 대진유압기계는 2005년에 충전식 유압기계를 개발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기술을 가진 기업도 대진유압기계 뿐이다. 박 대표는 “충전기 전동시장이 커질수록 대진유압기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해고가 없는 이유

박 대표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사 제품이라고 A/S 신청을 해왔는데 자세히 보니 대진유압기계의 제품이 아니었던 것.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카피 제품이었다. TECPOS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 같은 일은 종종 발생했다. 박 대표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를 고소하기로 했고 1심에서 승소도 했다. 사실 이 같은 고소는 오히려 힘과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더 많아 적당한 선에서 합의 보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게는 피곤한 일이지만 박 대표가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박 대표는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적의 사이즈, 형태를 찾기 위해 애쓴다”며 “카피업체들은 대진유압기계의 제품인양 제품을 판매하며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데 세세한 디테일까지 똑같을 수 없어 결국 불량이 난다. 이는 TECPOS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손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고소를 한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 때문이다. 직원들이 연구실에서 1년 이상을 머리를 싸매고 고생한 결과가 제품 디자인인데 카피라는 이름으로 이 노력이 한 번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단다.

박 대표의 직원에 대한 애정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진유압기계는 거의 10년간 해고가 없다. 박 대표는 18살부터 사회에 나가 구두닦이, 목욕탕 때밀이, 배관 보조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일자리의 소중함을 잘 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을 챙기는 또 다른 이유로 ‘해외 시장’을 들었다. 이미 국내시장을 석권한 대진유압기계는 해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대진유압기계의 TECPOS의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회사의 비전과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직원이 많으면 좋겠다”며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대진유압기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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