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해운업 지원금 날린 ‘부산 통합당’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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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남천동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건물 전경 부산 수영구 남천동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건물 전경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과정에서 어렵사리 증액됐던 한국해양진흥공사 출자금 3000억 원이 미래통합당의 '어이없는 반대'로 추경안에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

여당 소속 부산의원이 주장해 증액됐다는 이유만으로 통합당 지도부가 ‘여당 의원 지역구 챙기기’라며 비판한 탓에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자본금 확충안

통합 “與 챙기기” 반발 추경 제외

부산 野 의원들 구경하듯 방관

“역량 부족 여실히 드러냈다”


부산이 본사인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 확충은 4·15 총선 당시 통합당에서 내세운 공약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부산 지역구 챙기기라고 비판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21대 총선 1호 공약으로 ‘부산해양특별시’를 외친 통합당 부산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비토로 지역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에서도 ‘먼 산 불구경’ 하듯 방관해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역 정가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차 추경안 심사에서 일본 수출규제와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전국의 중소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 해양진흥공사 3000억 원 신규 출자금을 반영했다. 해양수산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이면서 부산 지역구로 중소 해운사의 어려운 현실을 잘 아는 최 의원에게 예산 반영 협조를 요청했고, 최 위원이 예결위에서 강하게 주장해 관철시켰다.

그러나 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된 추경 심사를 비판하기 위해 일부 예결위원 지역구와 관련이 있는 예산에 해양진흥공사 예산까지 싸잡아 ‘지역구 민원 밀어넣기’라고 규정했다. 해양진흥공사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해 최 의원의 지역구인 사하구의 민원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특히 통합당은 올 4월 총선에서 해운업 육성을 취지로 해양진흥공사 자본금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충하고, 선박금융 지원 강화, S&LB(Sale and LeaseBack·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 지원 확대를 통한 선사 유동성 공급 지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총선이 끝난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공약 사업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지난 3일 추경 통과 직전 예산 증액에 비판적인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야당의 비판까지 겹치자 부담을 느낀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해양진흥공사 예산을 추경에서 뺐고, 결국 3000억 원은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현안 관련 예산이 당 원내 지도부의 무지로 무산되는 상황에서 15명에 달하는 통합당 부산 의원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급하게 공천을 받아 현안 숙지가 안 된 초선들과 당내 정치에 함몰된 3선 이상 중진들이 다수인 모래알 같은 부산 통합당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며 “곧 국비를 둘러싼 각 지자체의 예산 확보 전쟁이 시작될 텐데 이런 역량으로 통합당 의원들이 부산을 위해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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