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연극제, 완성도 높인 ‘탄탄한 2편’으로 경연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38회 부산연극제가 편수를 줄이고 작품 완성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이번 연극제에 출품된 극단 B급로타리의 ‘저널리즘’(위)과 극단 이야기의 ‘적산가옥’. 오금아 기자·부산연극제 제공 제38회 부산연극제가 편수를 줄이고 작품 완성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이번 연극제에 출품된 극단 B급로타리의 ‘저널리즘’(위)과 극단 이야기의 ‘적산가옥’. 오금아 기자·부산연극제 제공

부산연극제가 더 탄탄해진 모습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제38회 부산연극제가 18일 막을 올린다. 부산 연극인들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할 부산 대표 작품을 뽑는 경연인 부산연극제가 올해 큰 변화에 도전했다. 7편, 9편으로 경연을 치러 온 기존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창작 희곡에 한정했던 참여작 제한도 풀었다.


18일 개막… 참여작 제한 풀고 변신

엄격한 1·2차 예심 통해 최종 작품 선정

‘저널리즘’ 기자 내부 엘리트주의 비판

‘적산가옥’ 친일파 집안 몰락 과정 그려


부산연극협회 손병태 회장은 “오랫동안 창작 희곡만 받아서 다수의 작품으로 경연을 펼쳐 왔는데 장단점이 있었다. 축제도 좋지만, 작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연극협회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해 행사를 마친 뒤 부산연극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그래서 출품작에서 창작 희곡 제한 규정을 풀고 1차와 2차에 걸쳐 엄격한 예심을 거쳐 최종 출품작을 선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올해 부산연극제 지원을 공모해 5팀의 신청을 받았다. 출품작에 대한 PPT 심사, 연출 의도, 조명, 의상 등 전체적인 구도가 잡혀 있는지 등을 심사해 최종 2편을 선정했다.

손 회장은 “선정된 극단과 작품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두 작품 모두 연출의 선이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올해 연극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경연 작품 수는 줄었지만, 오는 30일 개최되는 제3회 작강(작지만 강한) 연극제에 작품 7편이 참여하니 연극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부산연극제에는 극단 B급로타리의 ‘저널리즘’과 극단 이야기의 ‘적산가옥’ 2편이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을 연극제에 앞서 미리 만나 봤다.

■극단 B급로타리의 ‘저널리즘’

국내 최대 언론기관 ‘LTBC’ 출신 김명길이 국무총리 후보에 오르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자신들의 대선배를 총리로 만들기 위해 후보 지지율 분석까지 하는 보도국 풍경은 흡사 선거 캠프를 방불하게 한다. 해직 기자들이 만든 소규모 언론사 ‘여의도오늘’이 후보의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역사 왜곡 발언 등을 파헤치자 LTBC 보도국은 물타기, 여론 돌리기 기사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애쓴다.

김경민 연출가는 “시민 입장에서 언론이라는 기관은 중요한 존재이며 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개개인의 현실이라는 큰 장애물에 부딪혀서 초심을 잃게 되는 모습,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보여 주려 했다. 기자 내부의 엘리트주의와 기득권도 함께 비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널리즘’은 3년 전에 초연한 작품이다. 직접 극본을 쓴 김 연출가는 “초연 때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는데 내용을 더 늘리고 완성도를 높여서 이번 연극제에 출품했다. 배우들에게 자연스러운 기자의 모습을 연기하도록 주문하고 대사에 있어서도 현장감을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의 초고층 건물 ‘BNTC’ 사건이나 ‘갠세이’ ‘사과하세욧’ 등 현실 정치에서 가져온 대사들이 통통 튀는 작품이다. ▶18~19일 오후 4시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극단 이야기의 ‘적산가옥’

목포의 대지주로 일제에 작위까지 얻은 최인석 집안이 1943년 여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겪는 이야기를 보여 준다. 최인석은 아들을 자진 입대시킬 정도로 열혈 친일파다. 장녀인 승림도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최인석은 자신을 증오한 아내에게 살해당하고 승림은 집안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남동생 경진에게 작위를 물려주기 위해 애쓴다.

‘적산가옥’은 2018년 경남연극제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박현형 연출가는 “일본 부역자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심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는 작품으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본을 쓴 백하룡 작가가 나이 든 배우들이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우리 극단 평균 나이가 38세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웃었다.

박 연출가는 배우들의 앙상블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기 때문에 배우의 감정을 구체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했다.” 이번 작품은 딸 승림와 아들 경진이 극을 이끌어 가고, 최씨 집안 하인인 지 서방이 받쳐 주는 형태로 삼각 구도를 이룬다. 박 연출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 전체 극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더 쉽다”고 설명했다. ▶25~26일 오후 4시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