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도 효과 없었다…위기의 한국해운연합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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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형 해운동맹’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출범한 한국해운연합(KSP)이 초라한 성과 속에 오는 7일 활동 기한을 마무리한다. 참여한 선사들이 미진한 협력에 공감하며 좌초 위기의 해운동맹을 되살리려 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해운재건 첨병’으로 거듭나려면 해수부의 적극적 지원과 선사 간 과감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SP는 지난달 소속사 회의를 열고 KSP 운영 1년 연장을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2017년 8월 8일 업무협약(MOU)을 맺은 KSP는 3년 기한으로, 오는 7일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KSP에는 HMM(옛 현대상선)과 SM상선을 비롯해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스타, 팬오션, 한성라인, 흥아해운 등 국내 컨테이너 해운 선사 15곳이 모두 참여했다. 출범 당시 HMM과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HMM+K2’를 결성하는 등 일부 선사가 소규모 협력체를 꾸렸고, 국내 선복량 상위 선사 대부분이 참여한 첫 동맹 조직이었다.


2017년 출범 컨 선사 15곳 참여

노선 통합 등 3년간 성과 미미

활동기한 1년 연장, 효과 미지수

“지원금 등 해수부 적극 개입

한국형 해운동맹 취지 살려야”


KSP의 출범 목표는 노선 조정과 선사 통합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국내 중소 선사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큰 단일 선사와 같은 효과를 내자는 취지였다. 출범 당시 동력으로 2017년 12월 5개사 8척이었던 한~일 항로 투입 선박이 4척으로 감축됐다. 인도네시아 노선도 5개 항로 20척에서 4개 항로 16척으로 소폭 개편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선 통합 소식은 없다. 선사 통합 역시 업계 5위였던 흥아해운이 워크아웃 위기를 맞으면서 장금상선과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한 것 외에 성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KSP가 진정한 ‘한국형 해운동맹’이 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지난 3년간 항로 통합은 비용절감 효과 대신 일부 물량을 해외 선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통합 논의는 오너십이 강한 한국적 상황과 파격적인 통합 인센티브가 없는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KSP 체제 안에서도 선사 간 ‘제 살 깎기’식 경쟁이 계속되면서 일부 국내 선사가 철수한 노선에는 외국선사가 노선을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3년간 머스크나 MSC와 같은 글로벌 선사들은 KSP의 주력 항로인 동남아항로에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공격적 노선 확대’를 추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산의 한 선사 관계자는 “KSP가 출범할 때는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이후에는 선사 간 자율 의지에 맡긴다는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협력 의지가 꺾인 측면이 있다”며 “해수부가 해운 재건에 의지가 있다면 보다 공격적인 선사 간 교류 독려, 지원금 등으로 한국형 해운동맹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KSP 결성 이후 지속적으로 연근해 항로에서 국적 선사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KSP를 포함해 동남아 항로 연근해 선사에 대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해양진흥공사 등과 협의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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