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했는데…” 질책 받은 APEC기후센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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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문을 연 ‘APEC기후센터(APCC)’. 부산일보DB 지난 2009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문을 연 ‘APEC기후센터(APCC)’.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에 소재한 기상청 산하 APEC기후센터(APCC)가 최근 미래통합당 낙선 의원의 보좌관을 채용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APCC와 국회 환경노동위 등에 따르면 APCC는 지난달 2일 통합당 심재철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A 씨를 대외 교류협력과 홍보, 경영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채용했다. A 씨는 이력서에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개인 신상을 빼도록 한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됐는데, 면접관 5명 중 4명에게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17대 국회 때부터 주로 통합당 계열 의원실에서 의정활동을 보좌해 왔다.


통합당 전 의원 보좌관, 실장 채용

공정한 채용 위해 신상 정보 배제

민주당 의원 의혹 제기하며 논란

국회 찾은 원장에 책임 묻기도


그러자 민주당 환노위 일부 의원들은 지난달 국회를 방문한 권원태 원장 등 APCC 관계자들에 A 씨의 채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의원들은 A 씨가 환경 및 기후 관련 근무 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며 부정 채용 아니냐는 취지로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환노위 소속인 이수진(비례대표) 의원 측은 이달 초 APCC에 A 씨를 채용할 당시 공고문, 평가절차와 항목, 인사위원회 구성 명단 등을 ‘콕 찍어’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APCC로서는 사실상의 압박 조치로 받아들일 만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측에서 A 씨의 업무 배제와 ‘부정 채용’에 대한 권 원장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했고, 이에 권 원장이 기관장 인센티브 반납을 약속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2019년 3월 민주당이 주도해 처리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채용된 인사에 대해 야당 출신이라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블라인드 채용법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법인데, 법을 잘 지킨 APCC에 상을 줘야지 벌을 주려 하느냐”며 “민주당 출신만 채용된다면 그거야말로 채용비리”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의회 업무에 전문역량이 있는 사람을 기관이 필요해서 뽑은 건데, 특정 정당 출신이라고 기관을 괴롭히는 것은 공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치졸한 짓”이라며 “이참에 민주당 보좌진의 공공기관 채용도 조사를 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인사의 문제점을 파악해 볼 계획”이라면서도 “APCC 측에 관련 자료 요구나 일체의 접촉을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PCC 관계자는 “이 의원 측으로부터 자료 요구를 받은 건 맞다”면서도 “그 외에 따로 연락을 받거나 부정 채용을 질책당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A 씨도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권 원장의 인센티브 반납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관련해 공공기관장 급여 반납 추세에 보조를 맞추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A 씨 측은 본보의 문의에 “할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APCC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유치를 계기로 아·태지역의 이상기후 감시 및 예측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APEC 회원국 합의에 의해 부산에 설립됐으며, APEC 운영기금에서 일부 지원도 받고 있는 국제적인 성격의 기후전문기관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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