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앓는 아이, 항문 위치·막힘 여부 먼저 살펴야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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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 배변 장애는 단순한 변비인지, 항문 협착이 있는지,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아닌지 잘 구분해야 한다. 사진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는 모습. 동아대병원 제공 소아의 배변 장애는 단순한 변비인지, 항문 협착이 있는지,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아닌지 잘 구분해야 한다. 사진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는 모습. 동아대병원 제공

근래 종방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소아외과 전문의 안정원 교수가 나온다. 신부가 되고 싶다는 안 교수가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병원장이 이렇게 얘기한다. “전국에 소아외과 의사가 35명이다. 우리 병원에 2명 있는데 1명은 분원에 있고 안 교수가 그만두면 소아외과는 문을 닫아야 한다.”

소아외과는 소아 환자와 신생아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외과의 세부 분과다. 보통은 접할 기회가 드물어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소아 환자가 줄면서 소아외과 의사는 더욱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소아외과 외래나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입원하는 환자 중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증상도 다양하고 원인 파악이 어려울 때가 많다. 단순한 변비인지, 항문이 막히지는 않았는지,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아닌지 잘 감별해야 한다.


식이요법 불구 배변 장애 지속 땐

항문 막힘증 등 다른 원인 때문

항문 옮기거나 확장하는 수술 필요

선천성 거대 결장증도 변비 유발


■항문 막힘증, 소아 변비 유발

배변 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변비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발생하거나, 유아기의 잘못된 식습관에서 기인한다.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하면서 변 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면서 변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배변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놀림으로 숨어서 대변을 보는 습관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변비나 변실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변실금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부모 반응은 수용적이지 않다. 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아이를 몰아세우거나 억지로 앉혀 놓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또 변비로 인해 딱딱해진 대변은 여린 항문을 찢어지게 하고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배변 통증으로 대변 보기를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식이 요법에도 불구하고 변비와 변실금이 계속되면, 다른 원인이 없는지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가장 먼저 항문의 위치가 적절한가 체크해 봐야 한다. 쇄항이라고 하는 항문 막힘증은 출생 직후 발견돼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는 수술을 통해 배변을 조절할 수 있는 항문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간혹 항문 위치가 앞쪽으로 변형돼 있거나 항문이 절반 이하로 열려 있는 항문 협착은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 항문 괄약근 내로 항문을 옮겨 주거나, 넓혀 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이 좁은 부분이 신경절 세포가 없는 선천성 거대 결장증 병변, 갑자기 늘어나는 부분이 정상적인 대장. 대장이 좁은 부분이 신경절 세포가 없는 선천성 거대 결장증 병변, 갑자기 늘어나는 부분이 정상적인 대장.

■선천성 거대 결장증 여부도 체크를

소아 배변 장애의 원인 중 하나가 선천성 거대 결장증(히르슈슈프룽병)이다. 이 질환은 대변이 결장에 고이면서 단단한 변비가 생기고, 복부는 이상 팽만을 일으키는 병이다.

신경절 세포가 없어서 장의 움직임이 없어지는 선천적 질환이다. 전체 환자의 90%는 신생아 때 진단된다. 출생 직후 태변의 배출이 늦어지고 토하거나 잘 못 먹는 증상이 나타난다.

항문으로 조영제를 넣어 대장이나 소장에서 장이 잘 펴지지 않고 쪼그라든 부분이 있거나, 움직임이 없는 분절이 확인되면 선천성 거대 결장증을 의심할 수 있다. 확진을 위해 직장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직장에서 신경절 세포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신경절 세포는 소화관 상부에서 하부로 한 방향으로만 발달한다. 직장에서 신경절 세포가 없다고 확인되면 소화관 상부의 어느 지점까지 신경절 세포가 있는지를 수술 중 조직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85% 정도의 환자는 대장의 마지막 부분인 S 결장, 직장에만 신경절 세포가 없다.

반면 10%의 환자는 신경절 세포가 없는 직장의 구간이 매우 짧아서 신생아 때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영아기를 지나면서 변비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는 단순 변비로 진단, 변비약을 먹거나 간헐적으로 관장하고 지내면서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8살에 병원을 방문했던 한 여자아이는 항상 배가 볼록하게 불러 있었는데, 대변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본다고 했다. 약도 먹여 보고 관장도 여러 번 했지만, 아이가 관장을 너무 싫어해 피하다 보니 열흘까지도 견디었다고 했다.

이 환자는 신경절 세포가 있는 대장이 심하게 확장돼 있고, 신경절 세포가 없는 구간은 장이 매우 좁아져 있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정상 대장은 점점 더 넓어지면서 장을 수축할 수 있는 능력을 소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는 수술을 받은 후에도 정상 배변 기능을 얻을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남소현 교수가 선천성 거대 결장증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남소현 교수가 선천성 거대 결장증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신경절 있는 대장 구간, 항문과 연결

수술 원칙은 신경절 세포가 없는 장 구간은 절제하고, 신경절 세포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정상 구간의 장을 항문에 연결해 주는 것이다. 이때 환자 상태가 위중하거나, 장염이 심하게 동반된 경우, 신경절 세포가 없는 구간이 긴 경우에는 먼저 인공 항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후 환자의 성장과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2단계 본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반면 신경절 세포가 없는 구간이 짧고 환자 상태가 안정적인 경우 항문을 통한 일기식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의 도움을 받아 한 번의 수술로 정상 대장을 항문으로 연결해 주는 게 가능하다.

수술 이후 초반에는 무른 변을 자주 보면서 항문 발진이 심하게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달 정도 적응 기간을 지나면서 호전된다.

남소현 교수는 “이 질환은 수술 이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 간혹 수술 후 항문 협착이 생기거나, 장염이 반복되거나, 변비 등의 합병증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이며 대부분 정상적인 배변 기능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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