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빚투’‘영끌’… 금융당국,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주요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흐름에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지자 이를 활용해 공모주 등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흐름에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지자 이를 활용해 공모주 등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연합뉴스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당국이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과열이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에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까지, 이미 불붙은 시장의 투기 심리를 대출 규제로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신용대출 열흘 만에 1조 증가

부동산·주식 투기심리 작용

규제 효과 놓고는 전망 엇갈려


1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 4172억 원이다.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 2747억 원)과 비교하면 8영업일 만에 1조 1425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5대 은행의 9월 전체 신용대출 증가 폭도 역대 최대였던 8월(4조 755억 원)에 조금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신용대출 급증세가 멈추지 않는 데 대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투자용 자금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사상 최대로 늘어난 신용대출에는 카카오게임즈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증거금 수요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신용대출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도 투입되고 있다. 정부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 주택 관련 자금에 신용대출이 쓰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자본시장의 투기심리가 커지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5월에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4조 5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의 증가분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보다 컸다. 기타 대출에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보험계약대출 등이 포함되는데, 신용대출만 따로 떼어 보면 6∼8월에 각 4000억 원, 8000억 원, 9000억 원씩 늘었다.

신용대출이 단기간에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 담당 실무진, 고위급 책임자들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안팎에서는 신용대출 규제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용대출 증가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의 생활자금도 포함돼 있어 대출규제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에서는 긴급 재난지원금(사용기한 8월 말)까지 바닥난 상태에서,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이에 대해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늘어난 생활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