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광란의 질주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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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외제 차량 통행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해운대 지역이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이 고급차들의 그릇된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다. 튜닝 카들이 큰 엔진 소음을 내며 달리는 건 애교에 속한다. 이들 차량의 집단 심야 질주로 주민이 밤잠을 설치 때는 예외이지만. 차선을 마구잡이로 옮겨 다니며 과속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로에서 역주행하는 경우도 간혹 만난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중앙선을 넘어 골목길로 들어가 버린다. 위험천만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호를 무시하는 통에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한 일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외제 차량을 끝까지 따라가 육탄전 직전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물론 국산차 운전자 중에도 이런 사람이 없는 것 아니겠다. 그런데도 외제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몇 년 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해운대 지역 교통사고의 차량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6년 광란의 질주로 다수의 사상사를 낸 차종은 푸조였다. 50대 남성이 몰던 이 승용차는 복잡한 도로를 질주했다. 이 바람에 보도를 건너고 있던 행인을 그대로 치고 말았다. 그 후 주변에 있던 다른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쾅쾅쾅!”하고 충돌하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니 폭력 영화에서나 볼 법한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윤창호법 ’ 제정의 계기가 된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고인은 2018년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고가 또 터져 버렸다. 지난 14일 포르쉐 차량 운전자가 환각 폭주로 7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들 사고는 모두 교차로에서 일어났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진다. 그곳에선 횡단보도가 여러 갈래로 나 있고, 신호 대기 차들이 많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를 다 무시하고 마구 질주했다니 제정신을 가진 이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쯤 되면 해운대 지역 내 외제 차량의 교차로 난폭 운전을 단순히 우연으로 넘기기 어렵게 됐다. 돈만 많으면 사회 규칙 정도는 우습게 아는 자격 미달자들을 어찌 그냥 둘 것인가. 해운대는 부산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동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옛날 같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벌써 어르신들이 그런 인사들을 동구 밖으로 쫓아내 버렸을 텐데.

이준영 논설위원 gapi@busan.com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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