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연·예술계 초유의 위기상황, 그 극복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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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화 부산일보 독자위원 (사)예술아카데미나빌레라 이사장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기 종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대형 뮤지컬로 손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을 조기 종영하면서 공연 주관사는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코로나19 팬더믹 사태 속에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월드투어 공연을 진행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결국 막을 내려야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출연 배우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확인하면서 제작사 측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 관객의 안전을 위해 공연을 취소했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공연·예술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국악, 오페라 매출은 0을 기록하기도 했다. 4월 이후 확진자가 줄고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공연계 내에서는 한때 희망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바이러스 재확산 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17~29일 2주간 공연 매출은 35억 원으로 직전 2주 104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2~23일에는 공연계 확진자, 접촉자가 나오면서 10여 편의 작품이 취소되었고 공연 중이던 작품들도 중단되거나 줄줄이 연기됐다.

사실, 국내 공연장은 K-방역의 상징이자 청정구역으로 꼽혀 왔다. 관객들은 철저히 마스크를 쓰도록 했고, 무대만 바라보는 공연 구조상 비말 전파 위험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 속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공연·예술계에 코로나19에 대한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연자는 생계를 걱정하고 기획 제작사는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공연이나 콘텐츠 판매, 온라인 마케팅 강화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공연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공연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필자는 2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관객, 공연자, 스태프, 안전을 강화한 새로운 공연 가이드라인이다. 지금의 코로나19 종식은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속에서도 식당, 카페 등이 배달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 은행 등은 체온 촬영, 손소독제로 상시 방역을 강화해 문을 연다. 공연계라고 다를 바 없다. 무조건 공연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 후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공연장에 대한 철저한 방역, 기존 거리두기 좌석제, 마스크 의무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장 뉴노멀’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과 시민사회의 지원이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예술가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공연이 중단된 대학로의 배우들이 활황을 맞은 택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연계의 근간을 이루는 예술가들이 무너지면 코로나19 이후의 문화계는 저변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전성기를 맞은 K 컬쳐의 성장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활황을 맞은 온라인 판매사 등 비대면 업종의 기업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조금이라도 보태진다면 공연·예술계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될 터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악계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마냥 코로나19 탓만 할 수 없기에 비대면 공연 방안 등 밤낮으로 위기 극복 방안을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희망을 가진다. 인류가 극복해 낸 수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또한 우리 인류가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고, 예술과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과 여유의 윤활유가 되어 결국 다시 우리 경제와 일상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짐을 나눠 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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