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0] 소장파 감독 작품들, 동시대 흐름을 관통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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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몰라요’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올해 한국영화의 화제작,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소장파 감독과 실력파 신진 감독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는 ‘강철비2: 정상회담 확장판’ ‘남산의 부장들’ ‘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흥행작부터 ‘빛나는 순간’ ‘세 자매’ ‘청산, 유수’ 등 최신작까지 동시대 한국영화의 흐름을 보여줄 작품을 선보인다.

우선 김의석 감독의 ‘인간증명’이 눈길을 끈다.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SF8’ 참가작인 이 작품은 50분짜리 버전이 MBC에서 방송됐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BIFF에서 공개하는 90분짜리 버전은 영화적 리듬까지 달라진 작품이라 50분 중편을 본 관객이라면 챙겨볼 것을 추천한다.

‘강철비2:정상회담…’ ‘반도’ 등

흥행작부터 최신작까지 풍성

‘비전’ 부문, 독창적 독립영화 소개

감독·주연 함께 맡은 유준상 활약

아이돌 안소희·안희연 연기 눈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상영해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로 개봉했지만, 스크린 상영이 목표였던 작품이다. 따라서 BIFF에서의 ‘첫 극장 상영’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매미소리’는 이충렬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2009년 시골 노부부와 누렁소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이후 병마와 싸운 감독의 재기작이기도 하다. 진도 지방에서 전해지는 장례 연희극 ‘다시래기’ 명인을 통해 죽음과 예술 사이에 놓은 예술가와 주변의 세속적 문제를 다룬다. 영화 속에 풍속적 웃음을 일으키는 연희극 장면이 많이 등장해 전통 장례 민속놀이인 ‘다시래기’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은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적 비전을 가진 독립영화 최신작을 소개한다. 신진 감독들의 두각 세가 뚜렷했던 올해 한국영화계의 흐름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젊은 감독들의 첫 장편 데뷔작이 시선을 끈다.


위부터 ‘사냥의 시간’ ‘인간증명’ ‘아워 미드나잇’ ‘매미소리’ ‘애비규환’ ‘종착역’. BIFF 제공 위부터 ‘사냥의 시간’ ‘인간증명’ ‘아워 미드나잇’ ‘매미소리’ ‘애비규환’ ‘종착역’. BIFF 제공

임정은 감독의 ‘아워 미드나잇’은 실업·힘겨운 연애 등 청년들의 현재를 차분히 담아낸 흑백영화다. 지훈과 은영이 밤새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많은데 밤 시간의 조명과 카메라 앵글이 신중하게 설계돼 영상미가 뛰어나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처럼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도 재미나다.

김지석 감독의 ‘온 세상이 하얗다’는 작품의 구조를 눈여겨볼 영화다. 알코올 중독인 두 남녀가 만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인데 초반 ‘황당 연애 이야기’에서 후반 ‘치유의 길을 찾는 로드 무비’로 변신하는 영화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정욱 감독의 ‘좋은 사람’은 도덕극이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다. 하나의 사건이 있고 해석자가 여러 명 등장한다. 과연 누가 좋은 사람인가라는 도덕적 딜레마를 탄탄한 드라마로 그리고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권민표·서한솔 감독의 ‘종착역’은 중1 네 명의 소녀가 방학을 맞아 ‘세상의 끝’을 주제로 사진 찍기에 나선 이야기다. 특별한 드라마 없이 아이들의 이동을 따라 움직이는 내용이 다큐와 비슷하지만 어느새 관객을 이들의 여행에 동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와 이유빈 감독의 ‘기쁜 우리 여름날’은 성장 드라마, 청춘연애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줄타기하는 촘촘하게 잘 짜인 영화로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BIFF에 세 번째로 초청받은 박홍민 감독의 ‘그대 너머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다.

제25회 BIFF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는 파노라마와 비전 부문 전체를 통틀어 전문 배우의 감독 변신과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파노라마 부문에 출품된 ‘스프링 송’은 배우 유준상이 감독과 주연을 함께 맡았다. 2인조 음악 밴드 ‘제이 앤 조이 20’의 아티스트 유준상과 이준화가 일본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유쾌한 뮤직비디오 제작기다. 이 영화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 ‘아직 안 끝났어’에 이어지는 제이 앤 조이 20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파노라마 부문 최하나 감독의 ‘애비규환’에는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정수정)이 주연을 맡았다. 연하 남자 친구와 사랑으로 임신한 대학생 토일로 분해 친아버지, 양아버지, 예비 아버지인 남친 사이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 인물을 연기한다. 같은 파노라마 부문 출품작 ‘달이 지는 밤’에는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가 출연한다. 김종관·장건재 감독의 두 단편을 이어 만든 이 영화에서 안소희는 산기슭 폐가를 찾은 중년 여인의 딸을 연기했다.

비전 부문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에는 EXID의 하니(안희연)가 나온다. 이 작품에서 하니는 십 대 임산부 세진이 거리를 헤매다 만난 떠돌이 주영으로 분해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비전 부문이나 뉴 커런츠 섹션을 봤을 때 올해 국내 신인 감독의 데뷔작들 사이에 편차가 크지 않다.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도 높아졌다. 해외 세일즈 회사를 잡지 않은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향후 많은 한국영화가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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