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BIFF서 첫선 보인 한국·태국 ‘동시 상영’…하나된 영화 ‘스쿨 타운 래퍼’ 관객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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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타운 래퍼’, BIFF서 월드 프리미어 공개
한국·태국서 ‘동시 상영’ 의미
태국 관객들, 방콕 지상철 운행 중지·집합금지령 등에 참석 한계 아쉬움


21일 오후 열린 태국 와타나푸메 라이수완차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타운 래퍼' 관객과의 대화가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됐다. 21일 오후 열린 태국 와타나푸메 라이수완차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타운 래퍼' 관객과의 대화가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됐다.

21일 오후 3시께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태국 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타운 래퍼’ 상영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관객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에 있는 제작진과 실시간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됐다. 관객 질문은 QR 코드로 연결된 온라인 채널을 통해 프로그래머와 통역가가 확인한 후 제작진에게 전달했다.

이날 영화는 3400km 떨어진 한국과 태국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동시 상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당초 영화 관람 이후 한국과 태국 양국의 관객이 함께 GV를 진행하는 걸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지만, 태국 측의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지 행사에 초청된 관객 40여 명은 방콕 지상철 운행 중지와 집합금지령 등 반정부운동에 맞선 태국 정부의 방침과 코로나 확산 금지 여파로 대부분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는 태국 슬럼가에 사는 열여덟 살 북과 열세 살 논의 랩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 억압적인 교육 체계에 반기를 든다. 와타나푸메 라이수완차이 감독과 주인공 북은 “작품이 랩 음악과 우리의 삶을 두루 보여 준다”며 “관객에게 선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 본다. 너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공 논은 “태국 슬럼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간 여러 장·단편 다큐멘터리에서 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적했던 감독은 이번엔 ‘랩’을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 감독은 “3년 전 슬럼가 근처에서 워크숍이 있었다”며 “그때 두 소년을 만났는데 이후에도 본인들이 꿈을 이어 가는 걸 보고 촬영을 결심했다. 이후 2년 동안 촬영한 뒤 영화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스쿨 타운 래퍼'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한 관객이 북의 즉흥 랩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BIFF 제공 다큐멘터리 '스쿨 타운 래퍼'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한 관객이 북의 즉흥 랩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BIFF 제공

주인공 북은 이날 의협하고 호연한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북은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많이 긴장했지만, 지금은 더 용감해지고 한층 성장했다”면서 “앞으로 사회와 정부 비판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그로 인한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북은 최근 태국 학생들이 헌법 개정과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며 촉발한 반정부운동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북은 “태국 정부도 정치인도 나빠서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며 “한국에서 우리의 운동을 알고 계시니 기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행사가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된 탓에 현장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차분했다. 상영이 끝난 뒤 온라인 GV 준비 시간이 길어지자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QR 채팅방에 입장한 일부 관객만 자리에 남아 조용히 스크린을 지켜봤다. 후반부에는 온라인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북의 목소리가 뜨문뜨문 끊기는 한계도 있었다.

행사 말미 북은 감정을 담은 30초짜리 ‘즉흥 랩’을 선보여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관객들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호응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글·사진=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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