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웃길 수 있다는게 행복" 故 박지선 이틀째 추모 행렬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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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인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지선은 2일 오후 1시 44분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희극인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지선은 2일 오후 1시 44분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갑작스레 사망한 희극인 고(故) 박지선에 대한 추모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박 씨의 유족은 전날 늦은 밤부터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받고 있다. 전날 고려대 동문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박정민이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배우 박보영과 문지윤, 코미디언 송은이, 김숙, 박성광, 김신영, 김민경, 유민상, 장도연, 신봉선, 오지헌, 유세윤, 임혁필, 안영미, 양상국, 오나미, 정명훈, 김원효, 김수영, 송준근, 정범균 등이 빈소를 찾았다.

3일에도 장례식장에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갑작스레 라디오 생방송을 중단했던 안영미는 이날도 라디오 DJ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절친한 사이였던 김신영도 라디오 일정을 취소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김지민은 "지선아…카톡의 1이 없어지질 안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며 "한번 더 살펴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슈퍼주니어 이특은 박지선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SNS에 올려 "내 휴대전화에는 이제 걸어도 받지 않는 전화번호들이 많아지는거 같아서 속상하고 슬퍼진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김영철은 자신이 진행하는 SBS파워FM(107.7㎒) '김영철의 파워FM'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철은 "믿기지 않는다. 너무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라며 "제가 참 아끼고 사랑한 후배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오늘이 지선 씨 생일이다. 많은 분들이 '지선 씨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한다"며 생전 라디오에서 함께 했던 음성을 공개했다.

또 지난 8월 희극인 박성광의 결혼식을 언급하며 "지선이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끝나고 문자 했다. '무슨 일 있니' 하니까 '선배님, 제가 좀 아픈데 빨리 나을게요'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선아 빨리 낫고 조만간 연락 줘'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문자였다"며 "3년간 라디오를 함께 하며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지선이에 대해 너무 많은걸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작별하려니 너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밖에 강유미, 김고은, 백진희, 윤세아, 박하선, 김의성, 2PM 준호, 방송인 장성규, 박슬기, 허지웅, 홍지민, 김지민, 김영철, 정종철, 오지헌, 코요태 신지, 레드벨벳 예리, 현진영, 샤이니 키, 안현모, 백아연, 가희, 하리수, 신정환 등 많은 연예인들이 추모에 동참했다.


고(故) 박지선 씨. 부산일보 DB. 고(故) 박지선 씨. 부산일보 DB.

SNS에서 많은 누리꾼들도 "박지선은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는 편안한 웃음을 주는 희극인이었다"며 저마다 애도의 뜻을 밝혔다.

앞서 박지선은 전날 오후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 씨의 부친이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미 둘 다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질환으로 치료 중이었고 모친은 서울로 올라와 박 씨와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발견됐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 등 일부 매체에서 유서의 내용을 공개해 누리꾼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박지선은 생전 공식 석상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고등학생 때 피부과 오진으로 박피 시술을 6번이나 받았고, 이후 후유증으로 얼굴에 화장품을 전혀 바르지 못하게 됐다고 수차례 털어놓은 바 있다. 또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양산을 쓰고 다녀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는 내 얼굴을 사랑해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갔다. 나는 앞으로 어떤 시술도 성형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한다"고 말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1984년생인 박지선은 고려대 교육학과 4학년 재학 중에 KBS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그는 코미디언이 된 계기에 대해 "임용고시 공부하러 노량진에 갔지만, 한달 만에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건 도대체 뭐지?' 생각해보니 학교 다니며 친구들 서너명을 웃길 때의 희열이 떠올랐다. 마침 그 무렵 한국방송 희극인 모집 공지가 떴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2015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팬미팅 등 행사 사회자로 인기가 많았으나 최근 증세가 악화하면서 섭외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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