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수륙양용버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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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에서 해상으로, 혹은 그 반대로 이동 수단을 갈아타는 것이 귀찮았던 것일까. 인간은 지상과 해상에서 모두 운행 가능한 ‘탈것’, 바로 ‘수륙양용차’를 고안했다. 수륙양용의 개념과 장치는 1805년 미국의 올리버 에반스가 발명했다. 본격적인 등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도하 혹은 상륙 작전 같은 군사적 필요성 때문에 각국에서 개발에 나섰는데, 역시 독일이 선두주자였다. 이후 미국이 레저용 수륙양용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1961년 독일이 민간용 수륙양용차 대량 생산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군용 수륙양용차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경우도 많다. 민간용은 주로 관광, 레저, 스포츠, 인명 구조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관광용으로 특화된 수륙양용차가 수륙양용버스다. 바퀴로 육지를 달리다가 바다나 강물에선 바퀴를 접고 배처럼 떠서 이동한다. 1990년대 초 미국 마이애미에 등장한 이후 영국, 호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관광 수입을 올리는 수단이 됐다. 이제는 스스로 달리는 수륙양용버스가 출현하는 시대다. 자율 주행 수륙양륙버스가 일본에서 개발돼 화제를 모은 게 지난 8월이었다. 우리나라 수륙양용버스는 2015년 인천 경인아라뱃길에서 첫선을 보인 뒤로 현재 충남 부여에서 운영 중이다.

SF영화나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봄 직한 수륙양용버스가 부산에도 등장했다. 지난 2일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시작해 광안대교, 수영강, 민락수변공원을 거쳐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수륙양용차 업체가 마련한 시승 행사였다. 수륙양용버스는 과거 부산에서 두 차례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운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부산시가 연초부터 해상관광 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용역을 수행 중인데, 투입 비용보다 수익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 상태다. 내년 수영강과 광안리해수욕장 구간에 도입이 유력하다고 한다. 거리는 수상 6km·육상 17km, 운행 시간은 60~70분, 요금은 2만 5000원 정도로 설정됐다.

미래형 고속 수륙양용버스가 부산 앞바다를 누비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국제관광도시의 새로운 명물로, 특별한 관광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상의 기술력과 함께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거론하기 싫은 얘기지만, 1999년 미국에서 수륙양용 차량이 침몰해 13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있었다. 안전사고에 대한 완벽한 대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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