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부산시장 보선이 대선 전초전이어선 안 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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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일제히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향해 잰걸음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기획단을 발족하고 본격 경선 작업에 돌입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경선룰의 구체적인 윤곽을 잡았다. 불과 1년여 짧은 임기의 시장 자리지만 열기가 벌써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이번 보선은 지난 4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이 성 추문 사건으로 사퇴했기 때문에 치러진다. 민주당으로선 ‘원죄’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잃으면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고치면서 후보 공천을 공식화했다. 당헌은 국민과의 약속인데 그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에 매달리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친김에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 중간에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적용하던 공천 불이익 규정을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적용치 않기로 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출마를 허용한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변명인데, 어찌해도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내년 4월 선거, 각 당 경선 작업 돌입

민주당 당헌까지 고치며 공천 공식화

국민의힘 야권 연대 가능성 열어 놓아

2년 뒤 대선 염두 포석이란 분석 많아

여야 모두 질 수 없다는 절박감 팽배

부산시민 공복 뽑는 의미 잊지 말아야


원칙을 어기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50+50 룰’ 즉 선거인단 유효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기존 규정 대신 당원 참여 비율을 크게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심지어는 예비경선의 경우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당 외부 인사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당내에서 반발이 거세다. 안철수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문제도 혼선을 빚고 있다. 안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며 “서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모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단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선거 막판까지 가면 힘을 합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번 부산시장 보선과 관련해 여야는 모두 “이기는 선거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지는 선거를 하겠다는 정당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래도 이번 보선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이유는 서울시장 보선과 함께 부산시장 보선을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인구 1, 2위 도시의 선거전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조직도 정비하고 그 여세를 2022년 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부산시장 보선은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모두 져서는 안 되는 선거가 됐다. 원칙과 약속 따위는 대선 승리라는 거대한 명분에 밀려 팽개쳐졌다. 그들로서는 진정으로 부산과 부산시민을 위해 헌신할 후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로지 차기 대선에서 이길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어떻게든 이번 보선에서 이겨 그 과정에서 다져진 부산의 표를 차기 대선에서 소속 당에 갖다 바칠 후보가 중요하다.

잔여 임기 1년여의 ‘초단기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에 매우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하는’ 그들의 입장이다.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2년 뒤 대선이 아니라 삶에 힘들어하는 개개인을 위로하고 갈수록 초라해지는 부산의 위상을 다시 높여줄 시장이 필요하다. 유권자로서 각 정당이 알게 모르게 강요하는 후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여야가 내는 후보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 똑똑히 봐야 한다. “가장 도덕적인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우겠다”고 장담한 당의 후보가 정말 흠결이 없는 인물인지, “부산 경제를 살리는 후보를 찾겠다”고 호언하는 당의 후보는 그 능력과 비전이 충분한지 따지고 또 따져서 선택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당이니까”, “저 당은 때려죽여도 싫으니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선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가 안 보인다”고 말한 적 있다.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후보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였을 테다. 그 발언 후 당내에서 상당한 비판이 일었지만, 김 위원장의 심정을 부산시민의 입장에서 거꾸로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보선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거나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정치적으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들 모두 부산을 위해 일하리라 외칠 테지만, 실상은 시장직을 디딤돌로 정치적으로 재기하려거나 향후 개인적으로 더 큰 입지를 다지려는 게 목적인 인물도 있을 수 있다. 혹 그런 인물이 공천되는 건 아닌지 예리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요컨대 부산시장 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 되게 해선 안 된다. 1년짜리 시장이라도 부산시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할 시장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 그 역할은 온전히 부산시민들 몫이다.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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