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 23.9% “자녀 취업 때까지 경제적 책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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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실시된 부산지역 가족실태조사에서 부산 시민들은 향후 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출산할 의향은 크게 떨어졌고, 자녀에 대한 애착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23일 이와 같은 내용의 ‘2020년 부산지역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의 형태와 생활, 가치관 등 가족을 둘러싼 전반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가족실태조사는 부산에서 2008년, 2013년에 이어 7년 만에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2000가구의 세대주 또는 배우자가 참여했다. 최근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2018년)의 가족 형태 변화를 반영해 1인가구(30%)와 1세대가구(20%)를 절반으로 구성했고, 처음으로 비혈연가구(5%)를 포함했다.


부산여가원 2020 가족실태조사

‘출산 의향 있다’ 7년 전보다 급감

‘노후 위해 자녀 필요’ 인식 증가

가부장적 가족 호칭 개선 의견도


조사 결과 부산 시민들의 출산 계획은 23.4%로 2013년과 똑같았지만, 출산 계획이 없지만 향후 사회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출산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불과 3.8%에 그쳤다. 2013년의 22.9%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자녀에 대해 경제적으로 책임이 있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대학교 졸업까지(46.3%), 취업까지(23.9%), 고등학교 졸업까지(17.7%), 결혼까지(6.2%) 순으로 나타났다. 2013년 결과보다 고등학교, 대학 졸업의 비율은 낮아졌고, 대학원, 취업, 결혼의 비율이 높아졌다.

자녀 양육에 대해서도 ‘자녀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는 인식이 5점 만점 중 3.69점에서 3.82점으로, ‘나의 노후를 위해서는 자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3.08점에서 3.33점으로 상승해 7년 만에 자녀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거꾸로 부모 부양 책임이 ‘부모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은 16.9%에서 25.5%로 크게 늘어났다. ‘능력 있는 자녀’도 9.1%에서 19.4%로 증가했다. 아들과 딸 모두(21.6%), 국가와 가족이 함께(23.0%)는 과거보다 줄었다.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뚜렷했다. ‘도련님, 아가씨’ 같은 가부장적 가족 호칭이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은 5점 만점에 3.14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족은 혈연이아니라도 함께 거주하며 생활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인식도 3.57점으로 높았다.

그러나 실제 양육의 주요 주체는 여성이 64.6%로 여전히 여성에 집중됐다. 노인 돌봄의 주요 주체 역시 배우자, 며느리, 딸 등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또한 ‘자녀의 학습 지원’과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서’ 순으로 나타나 돌봄 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은 “부산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으로 정책 대상을 확대하고 개별 가족과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맞춤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가족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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