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칼럼] 누가 절박함을 선거용으로 둔갑시키는가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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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추진이 사실상 백지화로 결론 난 뒤 한 기업인과 가진 식사 자리였다. 이 기업인은 〈부산일보〉와 〈조선일보〉 두 개의 신문을 구독 중인데, 이번에 신공항 관련 보도 행태를 보면서 일명 ‘중앙지’라는 수도권 언론의 무지·오만함은 물론이고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이길 “지역 언론에서 가덕신공항 건설을 끝까지 지켜 달라”는 것이다.

며칠 동안 수도권 신문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 〈부산일보〉도 근 열흘째 신공항 관련 기사를 쏟아 내고, 사설과 칼럼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수적으로는 수도권 신문에 열세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인구 340만 명에 이르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지역 종합일간지가 겨우 2개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보면 불편한 진실이다.


가덕신공항 중앙 언론 보도 보며

지역신문 중요성·역할 새삼 확인

네이버 포털 지역 뉴스 배제 여전

 

국책사업일수록 지역민 의견 중요

‘가덕’ 특별법에 모두가 힘 실어야

위기가 일상인 시대 지역 언론 중요


종이신문 구독자 수는 줄어들고, 포털에서조차 지역 언론 기사는 배제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독자들과의 접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번 가덕신공항 보도에서 보듯 수도권 언론에 의한 여론 독점 현상은 정말 심각하다. 〈부산일보〉가 올여름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자 100만 명 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음을 많이 느낀다. 네이버 뉴스 채널에 어렵사리 입점하고도 〈부산일보〉 사설과 메인 칼럼 ‘중앙로 365’ 등은 네이버 뉴스 홈 오피니언 코너에선 만날 수 없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가 있던 날 오후 ‘오늘의 사설’에 올라온 신공항 글들을 보자. 하나같이 부울경에 불리한 여론이다. “김해신공항 ‘부적합’, 새 후보지 선정 공정 투명해야” “선거 노린 정치논리로 또 ‘영남권 신공항’ 뒤집기” “이번엔 ‘신공항’ 뒤집기, 10조 원짜리 매표 행위” “‘닥치고’ 가덕도 신공항, 누굴 위한 선택인가” “정권마다 바뀌는 국책사업 적정성 평가 어느 국민이 믿겠나” 등이다. 같은 날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사설은 영 딴판이었지만 그곳엔 실리지 못했다.

국내 언론은 명백하게 둘로 쪼개졌다. 그것도 진보와 보수, 중도라는 논조 차이가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지역성이 경계가 됐다. 안타까웠다. 비수도권이라고 일치단결한 것도 아니다. 대구·경북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덕분에 가덕신공항 문제는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부산 시민이라면 이번에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둔 신문사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보도를 지향해야 하는지. “가덕신공항, 영남상생·균형발전 ‘큰 그림’ 봐야” “생산 89조·일자리 53만 개… 가덕이 경제를 띄운다” “공항복합도시 최적지 가덕도, 국가 백년대계 초석으로” “김해 산 절취 문제 빼놓고 가덕 꼴찌 결론”…. 지역신문이 없었더라면 이런 기사는 감히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도권 언론 절독·불매운동 이야기가 시민단체·상공계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실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차라리 지역신문 구독 배가 운동이라도 대대적으로 펼치면 좋겠다 싶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아무리 덜 읽는 종이신문이라고 하지만 지역신문의 생존 없이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수 없다는 걸 반대급부로 보여 주자는 거다. 오죽했으면 ‘가덕신공항 앞당기기-부산일보 응원 캠페인’이 다 반가웠을까.

신공항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중요한 것은 공항 건설을 경제성만 따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안전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 그런 데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경제성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책사업일수록 그 지역 사람들 의견이 중요하다. 국비가 들어가고, 혈세가 줄줄 샐 수 있다고 걱정한다면 다시 묻자. 인천공항 지을 때 인천시 돈으로 지었나? 지방세는 왜 수도권으로 거의 다 가져가나? 태풍 길목이라고 우려하는데, 대한민국 태풍 대부분이 지나는 제주공항은 일 년 내내 폐쇄했던가 말이다.

지역신문은 어떻게 하는 게 맞는가. 가덕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가덕’을 못 박은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에 모두가 힘을 실어야 한다. 지역도 수도권처럼 골고루 잘살고 싶다. 유럽 한 번 나가기 위해 전날 밤 인천에 도착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해방되고 싶고, 국내 항공화물의 98%를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구조를 이제는 좀 바꾸자는 거다. 공항과 항만, 철도가 트라이포트로 연결되고, 배후도시·물류단지를 개발해 명실상부한 동남권 국제관문공항으로 키워 보자는 거다. 당장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신공항을 활용하고, 혹시 모를 유사시에도 제2의 관문공항으로서 대비하자는 거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지역 언론이 살아 있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key66@busan.com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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