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멈추고… 닫히고… 일상, 다시 혼돈 속으로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28일 점등해 내년 2월 1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던 ‘해운대 빛축제’가 코로나19 확산 탓에 잠정 연기됐다. 주말인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설치된 빛 조형물들의 조명이 꺼져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28일 점등해 내년 2월 1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던 ‘해운대 빛축제’가 코로나19 확산 탓에 잠정 연기됐다. 주말인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설치된 빛 조형물들의 조명이 꺼져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부산이 다시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을 추진하면서 지역 사회가 다시 한번 얼어붙고 있다. 두세 다리만 건너면 확진자가 있을 정도로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위기감이 높다.

이로써 올 들어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 훈훈한 연말연시를 맞기 위해 준비 중이던 축제, 결혼식 같은 행사도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해운대 빛축제 등 연말 행사

속속 취소하거나 재검토

벡스코·웨딩업계 또 된서리

수능 앞둔 교육계도 초비상


지난해 빛 축제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지난해 빛 축제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방역당국의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추진에 일선 지자체는 연말 행사를 취소하거나 재검토에 나섰다.

해운대구청은 지난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해운대, 희망의 빛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산 확진자가 연이어 두 자릿수를 기록하자 장고 끝에 27일 오후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해운대구청 강경옥 관광문화과장은 “올해 초부터 소상공인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던 데다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행사를 여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며 “하지만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 위험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부산의 대표 연말 축제로 자리잡은 크리스마스트리문화 축제를 준비 중인 중구청도 행사 개최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중구청은 철거할 땐 하더라도 조형물 설치를 90%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확산세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중구청 정수철 문화관광과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최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져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월부터 10개월 가까이 개점 휴업 상태에 있던 벡스코는 10월부터 겨우 행사를 재개했는데 다시 된서리를 맞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달 예정된 행사를 놓고 주최 측과 연일 논의를 하고 있다. 내달까지 벡스코에 계획된 박람회나 콘서트만 12개에 달한다.

웨딩업계도 불운한 2020년을 탓하며 확진자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이동영 마케팅 과장은 “쉽게 취소할 수 없는 게 결혼식이나 보니 취소 문의는 적다. 그래도 막상 걱정은 되는지 신랑신부 측에서 하객 인원 제한 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리 두기 2단계에 돌입하면 10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행사는 금지된다. 12월 초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은 예비신랑 박시후(31) 씨는 “하객으로 오실 분마다 ‘결혼식 그대로 하는 거냐?’고 연락이 너무 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많은 하객을 모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다시 거리 두기 수준이 격상되면서 교사들도 바짝 긴장한다. 교사 박정은(37) 씨는 방역을 코로나 2단계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린다는 소리에 편두통이 찾아왔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이니 보수적이고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시교육청에서 연일 ‘확진자는 엄중처벌하겠다’고 공지를 내리는데 잠재적 확진자 취급을 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며 “2단계로 넘어가면 그 상황이 다시 되풀이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특히나 수능을 앞두고 있는 탓에 교육계는 긴장감이 더하다. 차출된 수능 감독관이 코로나 19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될 경우 대체 인력을 해당 학교에서 뽑겠다고 하는 터라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나도 확진자가 있을지 모를 수능 감독관으로 시험장에 가야 하는 게 두렵다”며 “그 전에 내가 어디서 확진자 접촉이라도 해서 동료들이 줄줄이 대타로 차출될까 싶어 다니던 피트니스클럽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감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자 기장군청은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기장군청은 29일 오전 코로나19 긴급 대응상황 보고회를 갖고 군수와 부군수, 국장을 비롯해 사무관 이상 공무원 전원이 이날부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하고 현장 점검과 행정지도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들이 자진해서 근무에 나선 터라 휴일근무수당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군청 측은 밝혔다.

박혜랑·이우영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