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아파트 258세대 분양에 40명은 ‘조작 당첨자’였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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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내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시내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2016년 당시 ‘마린시티 내 마지막 분양’으로 전국적인 광풍을 몰고 왔던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청약.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브로커를 끼고 서류를 조작한 ‘가짜 당첨자’ 50여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2016년 해운대구 아파트 청약

서류 조작 등 부정 혐의 54명 적발

당첨 40명 전부 분양권 전매

브로커 일당 60억대 부당 이익

시민단체 “분양권 계약 취소해야”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결혼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로 50대 A 씨 등 54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15일 밝혔다. 이 죄에 대한 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A 씨는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가짜 가족’을 만들었다.


청약 브로커와 짜고 75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아이를 4명 둔 여성과 결혼을 한 것처럼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 증명서를 위조한 것. 애초에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브로커는 A 씨가 다자녀 특별 공급에 당첨될 수 있도록 가점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가짜 가족을 구성해 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안성일 팀장은 “A 씨는 평소 아는 부동산 중개업자 소개로 브로커를 만났고, 이를 도운 여성 등은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며 “이 건 외에도 여러 명의 브로커가 50여 명의 청약을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같은 혐의로 4명을 추가로 송치할 예정이다.

가짜 가족을 만든 것처럼 가짜 아기를 만든 사례도 있었다. 뱃속의 태아가 1자녀로 인정되는 점, 특별 공급 중에서도 다자녀 공급이 경쟁률이 낮다는 점 등을 노려 임신 진단서를 위조해 당첨 확률을 높였던 것. 관련 서류 검증이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브로커가 직접 임신 진단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파트는 2016년 청약 접수 당시 258세대 분양에 무려 8만 1076개의 통장이 몰리면서 그해 최고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아파트 청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관련 서류를 내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역시 문서 위조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있던 중에 국토부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자 수사에 들어갔다.

이들 ‘가짜 당첨자’ 54명 중 간접적으로 가담한 14명을 제외한 40명은 1가구씩 분양받아 1억 5000만 원가량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았다. 이와 같은 청약권의 부당 거래로 브로커 일당이 챙긴 돈은 60억 원대로 추산된다. 현재 이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는 청약 당시와 비교해 배 이상 올랐다. 이런 부정 청약 소식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이정훈(34·부산 해운대구) 씨는 “우리 집은 청약에 도전만 하면 번번이 떨어진다”며 “집값은 점점 오르고 젊은 사람이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청약도 이런 사기꾼들이 싹쓸이해 버리면 우리는 대체 어디서 살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주택법상 부당한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국토부 모두 이들의 범죄 수익 환수와 청약 취소에 골머리를 앓는다. 가짜 당첨자 모두가 분양권을 팔아치워 현재 이들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산 사람이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은 “입주자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국토부와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유권 해석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강경하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투기과열지구 조정 대상 지역 중심으로 시세 차익을 노린 전문 브로커와 중개업자들의 분양권 불법 전매와 부정 청약 근절을 위한 청약 제도 기준 보완이 시급하다”며 “적발되면 분양권 계약을 당연히 취소하고, 일정 기간 청약을 제한하는 강력한 방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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