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내비두어, 애는 착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14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14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면에 쓰기는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국민이 무조건 40%는 넘는다고 했는데 왜 이럴까? 이런저런 전문가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부동산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소란과 갈등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청와대나 민주당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싶다. 그래서 공수처법 개정안만 국회를 통과하면 떠났던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그런데 나는 이런 분석들에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해 온 이들의 이유가 같지 않듯이, 이분들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버린 이유도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언제나 40%를 넘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은 40%와 +α로 구분해야 옳다는 뜻이다. +α에 속하는 지지자들은 정치지형의 변동이나 새로운 이슈의 등장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가령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면 +α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40%의 지지자들은 부동산정책 때문에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윤석열 파동도 마찬가지다. +α의 지지자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이전투구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만 40%의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한결 같이 정부의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의 출발점은 윤 총장의 사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타난 문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핵심은 +α가 아니라 40%의 지지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 이유는 무엇일까가 궁금해진다.


문 대통령 지지율 연일 사상 최저치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40% 선 붕괴

공수처법 국정원법도 중요하지만

권력기구 개혁만으로 문제 해결 안 돼

민주당, 지지자 떠난 이유 잘 살펴야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날은 고 김용균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국회 문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공정경제3법’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후퇴하고 말았다. 더 나쁜 일은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 준 행태다. 민주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정의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개혁적 내용들을 담은 초안을 제시해 놓고서는 정작 상임위에 가서는 협의도 없이 바뀐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통의 야바위나 할 짓을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한 점의 부끄럼도 모른 채 저지른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누구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법안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입에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 말씀이라도 나와야 옳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방역을 열심히 하자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떤 현안에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런 대통령을 보노라니 문득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물론 ‘공수처법’도 중요하다. 나도 ‘공수처법’ 지지한다. 검찰개혁도 중요하다. 나도 검찰개혁 지지한다. ‘국정원법’도 검경 수사권 조정도 모두 중요하고 모두 지지한다. 하지만 그런 권력기구 개혁만 이루면 우리 사회에 산적한 과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착각일 뿐이다. ‘공수처법’이 통과되어도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검찰개혁이 이루어져도 재벌개혁은 한 걸음도 못 나갈 것이다. +α가 아닌 40%의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잖기로 말하자면 충청도 분들이 단연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충청도 분들은 욕도 참 점잖게 하신단다. 충청도에서 가장 심한 욕은 “내비두어, 그래도 애는 착혀”라고 한다. 그러게 사람은 착한데……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