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저출생시대 해법, 성평등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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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숙 부산여성가족개발원장


정말 궁금했다. 청년들은 저출생 대응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먹고살기 힘든 경제적 요인이 저출생 현상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거나 아니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밖에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찬찬히 자료를 살펴보면, 청년들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이해와 공감의 창이 열리게 된다( ‘저출생’은 성평등 언어사용에 따른 필자의 서술이지만, 법과 조례에 근거하여 추진하는 경우에는 법적 기준을 따라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요약하면, 요즘 청년들은 가족보다 일 중심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현실이지만, 청년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수는 2명이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팍팍한 삶의 조건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 재분배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될 전망이 없는데,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든 가족을 꾸리겠다는 선택에는 최소한의 자기헌신과 양보가 전제됨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여성들은 ‘독박 육아’에 분노하고, 임신·출산,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두렵다. 경력단절은 노후빈곤으로 이어지고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인생을 살 수 없게 만든다. 해법이 절실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저출산 분야 정책기조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조성’으로 제시했다. 부산시도 올해부터 정부 계획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와 부산시의 4차 계획은 이전 3차 계획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 첫째, 계획의 목적이 합계출산율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다.

둘째, 성평등을 저출생 대응 정책기조로 삼았다는 점이다. 여성을 더 이상 저출생 해결을 위한 도구로 보지 말라는 저항의 결과이다. 4차 정부계획에 반영된 성평등 실현은 성별임금 격차 해소와 남녀가 함께하는 돌봄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일상에서 평등이 작동되도록 성평등 경영 공표제를 도입하고, 기업에서 ‘적극적고용개선조치’를 강화하게끔 했다. 2019년 여성 임금은 남성 대비 67.8%이고, 코로나19로 젊은 저임금 서비스직 종사 여성노동자가 일차적으로 해고됐다. 뻔히 보이는 가난과 자기희생을 각오하면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또한 남녀가 돌봄을 함께하고 일과 돌봄을 병행하기 위해서 ‘워라벨’ 정책을 광범위하게 추진한다. 워라벨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부산의 경우, 워라벨 정책 추진은 전담 부서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워라벨 지수 평가에서 부산시가 1위를 차지한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한다. 더불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가족관계를 부지런히 만들어가야 한다. 부부 관계나 가사노동 분담 등을 묻는 가족영역의 성평등 지수는 16개 지자체 중에서 8위이다. 여전히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성평등과 출생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 특히 에스핑 엔더슨은 성평등이 확립된 사회구조가 되면 출생률이 다시 높아진다는 이론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보이는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지방소멸에 관한 논의에서도 여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하였다. 5년 후, 4차 계획이 마무리될 때쯤, 성평등 정책으로 부산이 초저출생 도시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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