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사도 절레절레… 수학 가형 ‘역대급 고난도’ 두 문항 논란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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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가형 20번 문항(위)과 수학 가형 30번 문항. 수학 가형 20번 문항(위)과 수학 가형 30번 문항.

지난 3일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어김없이 고교 과정을 벗어난 이른바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수능의 킬러 문항은 ‘수포자(수학 포기자)’ 양산 등 학생들의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수능 출제 위원이 대학교수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교 과정을 무시한 문항이 앞으로도 출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현직 교사·전문가와 함께 2주 동안 올 수능 수학 문제의 고교 교육 과정 준수 여부를 살펴본 결과, 수학 가형 30개 문항 중 2개 문항에서 위반 내용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사걱세는 수학 가형 20번 문항의 성취 기준과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봤다. 해당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고교 수학 교과서 ‘수학Ⅰ’에서 삼각함수, ‘수학Ⅱ’에서 함수 연속의 정의, ‘미적분’에서 부분적분을 이용한 다항함수와 삼각함수 적분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자그마치 수학 영역이 3개나 통합된 문제인 셈이다. 사걱세는 또 부분적분법을 이용해 다항함수와 삼각함수의 곱을 계산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부분적분법 공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있지 않으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두 번째 논란 문항은 수학 가형 30번이다. 수험생이 이 문제를 풀려면 도함수를 이용하여 합성함수 그래프 개형을 그려야만 한다. 그런데 도함수로 합성함수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교과서나 교육 과정에 없다. 사걱세는 도함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두 그래프를 이용해 합성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추론하려면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두 사례는 수능 수학이 종료된 이후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도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로 지목됐다. 부산 금곡고 류송미 수학교사는 “20번과 30번 문항은 신유형으로 추론을 해야 풀 수 있는 고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교사가 아닌 대학교수가 문항 제출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해마다 고교 과정을 벗어난 수능 문항이 등장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학교수들이 고교 과정은 무시한 채 어렵게만 수능 문제를 내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한두해가 아닌 것이다.

사걱세는 “교육 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넘어서는 문항이 단 하나라도 출제됐다면 그것은 수능의 목적과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이는 국가와 학교를 신뢰한 학생들의 노력을 배신하는 것이기에 이런 폐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수능에도 고교 과정을 충실히 반영했다”며 “조만간 홈페이지에 수능 문항과 연관된 교육 과정을 게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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