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도 묻힌 ‘양정 정묘’ 양쪽엔 800살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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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 화지공원의 정묘와 천연기념물 배롱나무. 양정 화지공원의 정묘와 천연기념물 배롱나무.

망미고개는 옛 지도에 엔간하면 나오지 않는다. 옛 지도가 열이면 아홉이 그렇다. 그러나 고갯길은 분명 있었다. 근거가 있다. 수영구 망미동과 부산진구 양정동의 친족 같은 관계가 그 근거다. 망미동은 옛 지도에 ‘옛날 동래 터’나 ‘고읍성(古邑城)’으로 나온다. 조선시대 이전엔 망미동이 동래였단 이야기다. 부산을 대표하는 성씨인 동래 정씨 세거지가 여기였다.

동래 정씨에게 양정동은 하늘과 같았다. 고려사람 정문도 묘소인 정묘(鄭墓)가 양정에 있었다. 지금도 있다. 정문도는 ‘내 님이 그리워’로 시작하는 고려가요 ‘정과정곡’을 쓴 정서(鄭敍)의 증조부. 한참 후에 2세조로 밝혀졌지만 오랜 기간 동래 정씨 시조였다. 밝혀진 이후에도 시조 모시듯 모셨다. 제사나 명절 때면 망미에서 양정으로 가는 동래 정씨 성묘객이 줄을 이었음은 불문가지다.

정묘는 조선 팔대 명당에 들었다. 전주 이씨, 안동 김씨 다음으로 정승 많이 나온 게 명당 덕이라고 했다. 묘소 양쪽엔 800살 배롱나무 두 그루가 지킨다. 둘 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다. 묘소 입구에는 하마비를 세웠다. 정묘를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란 엄명이었다. 하마비는 누가 보든 안 보든 지킬 건 지키던 조선의 정신이었다. 정묘는 양정 화지공원에 있다. 부산시교육청 부근이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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