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유튜버, 범죄와 인기 사이 담벼락을 걷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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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편집국 부국장

#1.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두하는 날. 한 청년이 수송차에 올라 차를 마구잡이로 밟는다. 경찰이 저지할수록 그 강도는 세졌다.

#2. 20대 2명이 강원도 원주시 한 폐가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 폐가에서 40-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

#3. 한 청년이 한밤중에 청송교도소에 차를 몰고 정문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누빈 뒤 유유히 다시 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유튜브’ 온라인 플랫폼 지존 등극

유튜버, 인기 위해 범법도 불사

알고리즘 유사 내용 추천에 ‘편향성’

한국 보수-진보 대립에도 큰몫 차지

해외법인 규제 어렵고 실익도 없어

시청자, 적극 댓글·신고 ‘폐해 줄여야’


12월 한 달 안에 벌어진 일이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그렇다. 알다시피 모두 유튜버다. 이들의 행동은 재물손괴, 공무집행방해, 주거침입, 건조물침해 등 범죄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일부에 대해 처벌이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YOU TUBE)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YOU와 텔레비전의 별칭인 TUBE가 결합한 말.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상호 경성대 교수가 올 10월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가 주최한 ‘유튜브의 성장과 지역 미디어 사업’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유튜브 성장과 우려-윤리적 리터러시에 관한 고찰’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분 동안 400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고 1분 동안 450만 건이 넘는 동영상이 시청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스트리밍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현존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지존이다.

유튜버는 이곳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일컫는다. 유튜브 통계분석 기업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광고 수입을 받는 유튜브 채널은 5만 5847개로 지난해 국내 방송업 종사자 수(5만 2312명)를 넘어섰다. 구독자 1000명에 연간 재생이 4000시간이 넘게 되면 유튜버는 유튜브 운영사와 광고 파트너가 되어 수익을 55 대 45 비율로 배분받는다. 수년 전부터 월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기는 유튜버가 등장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유튜버들이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유사 범죄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인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담아서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려야 수익이 오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유뷰버는 생방송 중에 음주운전, 폭행 심지어 살인까지도 저질렀다. 자극적이고 나쁜 콘텐츠(evil contents)가 시청자에게 모방 행동과 폭력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

여기에 유사 콘텐츠만을 계속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도 문제다. 예를 들면 보수 성향을 지닌 시청자가 보수단체의 콘텐츠를 시청했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수 성향의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이 시청자는 비슷한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지속해서 보면서 기존 생각과 신념에 대해 절대적인 신임을 하게 되고 결국, 다른 생각이나 신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보수 성향이 극우가 되고 진보 성향이 극좌가 되면서 사회가 분열하는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최근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분열에 유튜브가 한몫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유튜브를 규제하는 것은 만만찮다. 해외 법인에 대해 국내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1분 동안 올라오는 400시간 분량의 콘텐츠에 대해 모두 심의를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법률과 규제로 유튜브를 통제한다면 이미 사회적 소통망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유튜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유튜브 시청자와 유튜버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혀 정부는 결국 통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정치 편향성을 가질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정부도 이미 잘 알고 있다.

2, 3년 전부터 유튜브에서 진행된 ‘노란딱지 운동’을 주목할 만하다.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내용이나 부적절한 영상에 대해 댓글을 남기고 유튜브에 신고하면, 유튜브가 광고 게재를 제한해 해당 채널을 제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란딱지가 명확한 기준 없이 부과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노란딱지를 붙일 때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다.

이상욱 동의대 교수 등 언론 전문가들은 시청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주문한다. 일방적 소통에 그쳤던 기존 텔레비전, 신문보다 유튜브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나쁜 콘텐츠에 대해 시청자가 댓글 달고 신고해서 유튜브 내에서 자정 작용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 또 시청 목록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삭제해 AI 알고리즘이 편향적인 콘텐츠를 추천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 ‘유튜브’. 제대로 기능하면서 사회적 폐해를 양산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편리한 쌍방향 미디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책임처럼 느껴진다. kscii@busan.com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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