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87. ‘짚라인’이 아닙니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진원 교열부장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2년 6개월 동안 앨범 차트에서 5번째 정상을 밟아 비틀즈 이후 그룹 중 최단 기간 앨범 차트 5번째 1위란 기록도 세웠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한 이 기사에서 ‘비틀즈’는 ‘비틀스’의 잘못이다.

‘암 예방을 위해 구운 토마토와 호두를 곁들인 비트 샐러드, 채소 스튜, 해산물 리조토 등 지중해식 식단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에 나온 ‘리조토’는 ‘리소토’의 잘못. 물론 ‘리조또’도 잘못이다. 아래 기사에 나온 ‘컨퍼런스’는 ‘콘퍼런스’로 써야 바른 외래어 표기다.

‘쿠팡이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회사 밖의 개발자들과 주고받기 위해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자, 여기까지 보자면 ‘뭘 어쩌란 말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사실이 그렇다. 현장에서 교열 작업을 하는 전문기자들조차 외래어 표기는 사이시옷 표기만큼이나 곤란해한다. 외래어를 표기하는 기본 원칙과 여러 세칙이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관용을 인정하는 말도 많아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뭐, 별거 없다. 그냥 외운다. ‘비틀스, 리소토, 콘퍼런스’ 이렇게…. 영어 ‘퍼머넌트(permanent)’가 우리말에서는 ‘파마’가 되지만 ‘permanent press’는 ‘퍼머넌트 프레스’로 쓴다고, 그냥 외운다. 사실, 이게 정답인 것이, 달력이나 연필, 된장이나 사과를 우리가 이해해서 아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외워야 하는 건 아니니 낙담할 건 없다. 일단, 아래에서 외래어 표기법을 벗어난 말을 모두 찾아보자.

‘짚시, 이짚트, 지미짚.’

답은 ‘모두’다. 셋 다 외래어 표기법을 어긴 표기인 것. 왜 그럴까, 싶겠지만 이유가 있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3항을 보자.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즉, ‘good, membership, market’을 ‘굳, 멤버싶, 마켙’이 아니라 ‘굿, 멤버십, 마켓’으로 적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짚’이라는 외래어 표기도 있을 수 없는 것. 바른 표기는 ‘집시, 이집트, 지미지브’다. 이처럼, 외래어 표기에는 그나마 원칙이 있으니 개별 낱말을 외우는 것에 대해 원칙을 익히는 것이 요령이기도 하다.

한데, 지미지브는 왜 ‘집’이 아니라 ‘지브’냐고. 그건, 어말에 오는 유성 파열음([b] [d] [g])에는 ‘으’를 붙여 적는다는 규정 때문에 그렇다. ‘슬래브, 랜드, 지그재그’처럼…. 외우고 때로 익히면, 어려울 게 없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