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손흥민 100호 골과 부산 축구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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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스포츠부 차장

지난 2일(한국시간)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한국시간)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축구가 새해 벽두부터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손흥민 얘기다. 지난 2일(한국시간)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넣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 현지 언론과 팬들이 야단법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토트넘 첫 외국인 100골,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첫 아시아인 100골, 유럽 단일 구단 첫 아시아인 100골, 세계 5대(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리그 통산 아시아인 두 번째 100골. 의미로 치면 100골 이상의 100골이란 말이다.

지난해엔 한 해 가장 멋진 골에 주는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국내 프로야구, 농구 선수들도 손흥민 경기 뒷날에 “그 슛 봤어”라고 안부를 물을 정도니 가히 ‘손세이셔널’하다. 게다가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로 최고 방역 단계가 내려진 영국. 코로나 확진 선수 탓에 수시로 경기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그것도 관중의 열렬한 환호 없이 이뤄낸 기록이라 대견하면서도 짠하다.

한국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낭보는 코로나로 지친 우리 심신을 달래 준다. 새삼 스포츠의 힘과 역할이 고맙다. 그 깨침에 부산 축구를 돌아본다. 대우 로얄즈를 잇는 ‘왕년 축구 명가’였던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2부리그로 강등됐다. 5년간 절치부심과 와신상담 끝에 1부에 입성했다가 1년 만에 내려왔다. 팬들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파크의 선전으로 축구 붐을 일으켜 전용구장의 꿈을 키워 오던 지역 축구계도 허탈하긴 마찬가지.

이래저래 발등에 불 떨어진 구단은 ‘과감한 혁신’을 내걸고 포르투갈 출신 페레즈 감독을 영입했다. 또 청소년팀 축구 감독과 광주 FC 단장 등을 역임해 현장과 행정을 경험한 기영옥 씨를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팀 사령탑이 전면 물갈이되면서 성적 부진에 등 돌린 지역 팬심도 다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임 보름이 채 안 돼 들려온 기 대표의 횡령 의혹 뉴스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부에서 조기 사퇴설이 나왔지만 구단의 공식 입장은 없다. 광주 FC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 구단과 상관없다는 뜻일까? 기 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뜻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즈음에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축구협회장 3선 도전 소식이 들려왔다. 이를 보는 팬들의 심정은 어떨까? 팬들 사이에서 ‘집안(구단) 단속도 못 하면서 바깥일만 하는 가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구단은 알까? 이 와중에 부산시축구협회는 회장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 전부터 금권선거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선거 무효로 재선거를 치른단다. 부산축구협회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역 축구인들은 ‘텅 빈 관중석’ ‘프로·아마 선수들과 축구 꿈나무들이 사라진 훈련장’ ‘자물쇠가 채워진 연습장’보다 이런 파행과 내홍이 코로나보다 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한다. 이런데도 협회는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부산 축구계에 손흥민 같은 기념비적 활약. 이런 대단한 것까지 기대 안 한다. ‘부산 아이파크=어린이 공원’이란 지역 축구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를 깨는 캠페인까지도 안 바란다. 그저 올해는 지역 축구팬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부산 축구로 웃고 즐겁고 감동하면 좋겠다. 축구 때문에 발이 근질거려야지 속이 부글거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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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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