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관의 남북 시선]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 서한’과 8차 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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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년째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7기 5차 당 전원회의 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했고, 올해는 친필 서한이라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아마도 지난 5일 시작된 8차 당대회가 종료될 때 발표할 결정서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는 1946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두 차례 정도를 제외하고 매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1957년엔 당내 권력 갈등으로 소위 ‘8월 종파 사건’의 후유증이 심했던 시기였고, 1987년은 사회주의권의 변화 때문에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됐다.


북한, 5일부터 새해 첫 로동당 행사

2년째 신년사 없이 ‘친필 서한’ 대체

유엔 제재·코로나19 등 ‘삼중고’ 속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내용에 관심

신중 모드 속 대미 정책에도 촉각

남북 관계도 ‘새 길’ 모색 주목돼


김정일 시대에는 자신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고 〈로동신문〉을 포함한 3대 신문에서 신년 공동사설을 매년 게재하며 대체했다. 그러나 내용과 분량, 형식은 과거 신년사와 유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7차례에 걸쳐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2년째 신년사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조선로동당 대회의 결정서 또는 전원회의 최종 연설을 통해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예년처럼 매년 한두 차례 열렸던 전원회의를 통해서, 올해는 5년 만에 열리는 당대회를 통해서 결정문을 발표하는 형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년사가 지도자 개인의 생각이라면, 당의 결정서 등을 통한 발표는 인민 대중의 대표기관 회의 결과를 공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형식을 띤다면 북한의 정치 체제는 1인 지도의 ‘수령제 사회주의’가 아니라 당이 지배하는 구조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김정은 시대의 지도자상은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보인다. 대중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거나,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거나, 인민을 껴안고 사진을 찍는 행위 등은 이전 ‘수령들’과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내용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당대회 결정서는 사실상 신년사와 유사한 형식과 내용을 띤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평가와 결론 또는 주요 방침과 목표를 공개하고, 아울러 남북 관계와 미국 문제 그리고 비동맹외교를 중심에 둔 외교 관계까지 언급해 왔다. 이것은 당 전원회의 결정서 또는 연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당 전원회의는 주로 북한 내부 문제만을 언급하며 대남·대외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적인 부담이 적어 편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달 5일에 개막된 8차 당대회에선 어떤 논의와 결정이 나올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아마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까지 3박 4일간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요 관심사는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어떻게 수립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직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적잖은 관심사다.

첫날 김정은 위원장의 개회사에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라고 하면서 지난 5개년 전략계획 목표의 실패를 자인했다. 그렇다면 과연 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중고’로 불리는 유엔과 주변국의 제재, 코로나19 상황, 수해 피해의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과연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 조직 개편 문제는 사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직책이 상향되는 변화는 예상되지만, 그와 무관하게 김여정의 권한은 대단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심을 둘 영역은 대남·대외·대미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2년 전 북한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고, 지난해엔 전원회의 연설을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곧 등장하게 된다. 북미 관계를 악화시킬 경우 북한의 경제 상황도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대회 결정서는 대미 관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도 작년 10월 열병식에서 “남북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발언의 내용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안건 중 하나인 당규약의 개정 여부다. 규약 전문에 있는 당의 당면 목표(1961년)인 ‘전국적 범위에서의 혁명’, 즉 대남 혁명을 암시하는 표현이 과연 반세기 만에 사라질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북한으로서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에 열리고 있는 국가적 행사가 이번 8차 당대회다. 과연 결정서에 어떤 최선의 방침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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