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영도 이즈 백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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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영도는 늘 설레는 곳이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진짜 부산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여행이 막히면서 새로움에 목마를 때면, 영도대교 초입에서 버스를 탄다. 그때마다 영도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영감을 준다.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영도를 찾게 된 건 병아리 기자 시절 처음 영도와 인연을 맺으면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 때문이다. 첫 출입처였던 영도경찰서에서는 창문을 통해 크고 작은 정박한 어선이 보였는데, 부산 출신임에도 몰랐던 부산의 일면을 마주한 것 같았다.

2년 전 영도구 봉래동과 청학동 창고군을 처음 찾았을 때의 생경함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물양장으로 쓰이는 그 공간에서 바라본 원도심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줬다.

한때 부산을 부산다운 공간으로 만들어줬던 조선업의 그림자가 드리운 공간이자 문화예술인에게 영감을 주는 ‘날 것 그대로’의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부산 하면 떠오르는 해운대해수욕장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지난해 연말 신년기획 보도를 위해 다시 영도를 찾았다. 수차례 영도를 들락날락하다보니 새로운 모습이 보였다. 부산 대표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모모스’는 봉래동 창고를 매입해 로스팅 팩토리로 재탄생시킬 예정이고, 창고군과 멀지 않은 곳에는 소셜벤처기업 ‘RTBP’가 짓는 복합문화공간 ‘영도물산장려회관’도 들어선다.

삼진식품은 봉래동 영도 본점 바로 옆에 있던 빈집 6채를 매입했다. 이를 복합문화공간 ‘AREA6’로 개조해 15일 문을 연다. 부산 기업들이 영도의 특성을 활용한 공간을 만드는 것만 봐도 영도가 지금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취재를 마치며 영도의 매력은 무질서 속 질서, 근대 산업의 생활 유산, 내외부 사람을 포용하는 다양성에 있다고 느꼈다. 아무렇게나 정박해 있는 것 같은 화물선과 어선은 실은 나름의 규칙대로 자리잡고 있었고, 산업의 최전선에 있었던 창고는 이제 그 기능을 다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올해 한국 진출 예정인 미국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드라마도 지난해 영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마쳤다고 하니 미국 드라마 속 영도는 어떻게 비쳤을지 벌써 궁금하다.

한때 부산 산업의 최전선에 있었던 영도가 부산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시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영도 이즈 백(Yeongdo is back)’이다. 마침 영도는 정부가 인증한 ‘문화도시’로 5년 동안 지원을 받는다. 5년 뒤, 10년 뒤 영도 역시 영감을 주는 ‘부산다운 곳’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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