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코로나19와 언론의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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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희망의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힘든 시기를 겪으며 맞이한 새해라서인지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여느 해보다 큰 것 같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돼 이제는 지긋지긋한 역병과의 결별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날을 기대하면서 포스트 코로나의 삶을 설계하고 준비할 시간이다.

코로나19는 언론에도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재택근무를 통해 기자들은 취재처에 직접 나가지 않아도 취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경험하였고, 편집국 회의가 폐기 가능한 아날로그적 루틴(routine)은 아니었는지도 돌아보게 해 주었다. 그간 미래 디지털 환경에 대비한 혁신을 다급하게 주장해 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초연결 사회의 일상화가 수년 앞당겨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미디어 환경 급변

동영상 시청 증가, 모바일 이용 확대

언론, 전통 미디어 관념 탈피할 필요

‘디지털 온리’ 대비한 생존 전략 짜야


미디어 환경의 첫째 변화는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이용의 증가다. 넷플릭스 구독자 증가에서 보듯이 언택트(비대면)의 일상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47%에 달한다. 1인 동영상 미디어 유튜브의 이용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확산하고 있다. 둘째,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다. 모바일 이용이 증가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이 확대됐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포털 이용률은 81%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이용의 확산 트렌드는 디지털 네이티브(토박이)인 M·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서 뚜렷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전 연령대 평균 11%에 달하고, 20대의 경우에는 22%로 더 높다. 셋째, 디지털 콘텐츠 유료 시대의 도래다. 미국과 영국 성인의 절반이 평균 2개의 온라인 미디어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비용 지불 의향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미디어 환경 변화는 레거시(전통) 미디어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미디어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언론은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먼저, 언론은 전통적 미디어라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신문은 종이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머잖아 디지털 퍼스트 시대도 저물고 디지털만의 시대, 즉 ‘디지털 온리(only)’의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의 수립과 이행 모든 단계에서 ‘오로지 디지털’이라는 종사자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 1인 미디어를 포함한 동영상 콘텐츠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 추세가 보여 주듯이 매체와 관계없이 동영상 콘텐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별도의 전문 인력과 팀을 운영하여 전문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셋째, 미래 이용자층인 디지털 네이티브의 증가에 주목하여야 한다. 디지털 세대는 다르게 선택하고 다르게 읽는다. 콘텐츠 유료화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 특성도 보인다. 따라서 콘텐츠의 생산, 유통, 판매에 있어서 이들을 겨냥한 맞춤 전략을 수립하는가 하면, 이들이 중심이 될 미래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인공지능) 기반으로 독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 축적된 독자 데이터는 장기적으로 콘텐츠 유료화로 연결되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 연안의 베수비오 화산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으로 꼽힌다. 학자들은 이 화산이 향후 10년 안에 폭발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을 위험지역에서 이주시키려는 로마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폴리만의 장대한 해안 조망을 즐기고자 위험한 그곳에 집을 짓는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런 행동의 원인을 '경험 편향'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결정권자들이 개연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건 어렵다. 개인적 경험이 없는 한 그 위험을 무의미하다고 간주해 버리는 것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혁신이 요구되는 언론계에서는 이런 경험 편향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언론이 코로나19를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언론에 코로나19는 어쩌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려 준 고마운 존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아 언론이 수립할 포스트 코로나 계획은 디지털 온리 시대의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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