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괴물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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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고 하면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 영화가 생각난다. 봉 감독은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를 자질을 일찍부터 발휘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3위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한국 드라마의 미국 TV 프로그램 톱 10 최초 진입이다.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스위트홈’은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한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다. 마치 좀비와 에일리언 같은 다양한 괴물들이 설치는 모습은 입을 다물기 어렵게 만든다. 기존 좀비물과 차별점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욕망 때문에 다양한 괴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회당 제작비가 30억 원에 달하는 자본력과 ‘아바타’ 등을 만든 특수분장팀도 드라마 성공에 도움이 됐다. 핵심은 한국 특유의 창의성에 있다. 이응복 PD는 “해외 시장을 노리고 이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다. 한국적인 가치가 세계적으로 소통되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경비 괴물로 변하는 모습만 봐도 무척 한국적(?)이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웹툰 원작 한국 드라마 ‘킹덤’도 이름난 미드인 ‘왕좌의 게임’을 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잇단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성공으로 넷플렉스가 투자하고 한국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선순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기생충’과 BTS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한국에서 만들면 믿고 본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니 반갑다. 웹툰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K팝을 이을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더욱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부산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 만화 부활을 이끈 도시다. 부산시는 2017년 센텀시티에 글로벌웹툰센터를 마련해 웹툰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새로운 작가도 양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글로벌웹툰센터를 만들고 매년 부산웹툰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와이즈유 영산대는 웹툰과 영화가 어우러진 학과를 4년제 대학 가운데 전국 최초로 개설했다. 또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 만화도서관도 부산에 들어선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차세대 괴물은 부산에서 나오기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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