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사무장병원’ 판결, 의료계 파장 예고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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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외형만 내세워 비료인의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된 경우가 아니라면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요양병원의 재활치료 장면. 의료법인 외형만 내세워 비료인의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된 경우가 아니라면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요양병원의 재활치료 장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다만 법인의 경우는 예외로 허용한다.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를 ‘사무장 병원’이라고 한다.

그동안 의원급을 포함해 중대형 병원에서도 사무장 병원 논란은 있었다. 특히 요양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이사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사무장 병원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법 따라 의료기관 실질 운영 땐

비의료인 이사장이라도 무방

행정영역 ‘주도성’도 일부 인정

“의료행위 관여·수익 배분 등

8가지 기준 종합적 판단 필요”


최근 부산지역에서 7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며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 등으로 재판을 받은 A의료법인과 법인 이사장이 재판에서 무죄 판결(부산일보 1월 8일 자 12면 보도)을 받았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사례는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따른 파장은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이 주목 받는 이유는 개인이 개설한 사무장 병원과는 달리 의료법인에서 비의료인의 역할과 권한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판례와 큰 차이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또 업무집행 자금운영 등의 과정에서 비의료인 이사장의 ‘주도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결을 내린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재판장 최진곤)는 의료법 33조 2항(의료기관 개설 등)의 해석에서 의료법인의 대표자로 선임되었음에도 비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한 결정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위법이라고 평가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의료기관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미비점이나 개별적인 위법행위는 관할관청의 시정명령이나 해당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로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적시했다. 기존에는 의료기관 운영과정에 비위나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그 사건을 계기로 해당 의료기관을 사무장 병원으로 몰아가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개별적인 위법행위는 그 자체로 책임을 물으면 되고 그것이 사무장 병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법인 이사장인 비의료인이 요양병원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더라도 그 자체가 불법이 아니며,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의료법인 이사장이 행정국장 등으로부터 수시로 업무보고를 받아왔음은 인정되나 이사장으로서 행정적 직무영역으로 이해되고,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개입해서 업무지시를 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의료기관들은 대체로 진료영역과 행정영역이 구분돼 운영되고 있고, 이사장이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개입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재무구조의 건정성이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사무장 병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8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명의만을 내세워 외형상 적법하게 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해 놓고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할 때 사무장 병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변론한 김주성 변호사는 “종전처럼 사무장 병원 판례가 의료법인에 그대로 적용되면 비의료인이 설립한 의료법인 상당수가 사무장 병원이라는 족쇄를 찰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의료법인의 제도적 차이를 인정해 주고 있다. 막연히 의료법인 이사장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했다고 사무장 병원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고 행정적 영역으로 인정해 준 점에서도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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