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충돌한 10년 악연 김종인-안철수, 이번 승자는 누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로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행보를 비판해왔는데, 12일에는 안 대표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3자 구도로 뛰어도 해볼 만하다고 보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면서 자당 후보와 안 대표가 따로 출마해 여당 후보와 3파전을 벌인다 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3자 구도에서 초반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결국 민주당 조순 후보에게 패한 1995년 초대 서울시장 선거를 예로 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누가 단일 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단일 후보라고 얘기한다”며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재차 안 대표를 직격했다.
김 위원장의 계속된 비판에도 정면대응을 삼갔던 안 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야권 지지자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실까 걱정”이라며 “야권 지지자들은 단일후보가 나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간절히 원한다”고 맞받았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후 안 대표가 김 위원장을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측의 입당 요구에 대해서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처럼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두 사람의 10년 악연도 재차 회자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당시 ‘청년 멘토’로 대중적 인기를 끌던 안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안 대표의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이내 관계가 틀어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국회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며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안 대표는 출마를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당시 일을 언급하면서 “이분(안 대표)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2015년 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한층 두드러졌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각각 이끌며 경쟁 구도에 섰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 대표가 ‘불리하니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고, 안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차르’, ‘모두까기’라고 받아쳤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문(반문재인)이라는 공통인식 때문에 잠시 화해 분위기를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안 대표가 대선에서 떨어지면서 다시 요원해졌다.
이와 같이 두 사람의 갈등 곡선은 ‘정치적 해결사’로서 승승장구했던 김 위원장이 실패를 거듭한 안 대표의 역량을 일방적으로 때리는 양상으로 전개됐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김 위원장의 비판에도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이후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로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뜻과는 달리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분출하는 등 안 위원장 쪽으로 구심력이 작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국민의힘 출신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국민이 생각하는 서울시장 야권주자는 안철수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고,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는 단일화 업계의 천하무적”이라며 결국 주도권이 안 대표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런 예상대로 안 대표가 당 밖에서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을 공산이 크다.
반면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안 대표의 우위의 판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안 대표의 과거 단일화 시도가 성공적이지 않았던 데다, ‘소수 정당’을 이끄는 안 대표가 지지율을 무기로 제1야당의 ‘굴복’을 요구하는 모양새로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비난의 화살이 안 대표에게 쏟아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당분간 평행선을 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년 악연 끝에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이번 대결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정가의 시선이 쏠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