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한마디] 이루다, 사만다 그리고 인간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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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이루다 AI윤리 문제 불붙여
영화 '그녀' 속 컴퓨터 OS 사만다
인간 수백 명과 동시에 사랑나눠
AI의 '정체성'와 '감정' 곧 닥칠 문제

스파이크존스 감독의 '그녀' 영화 포스터 스파이크존스 감독의 '그녀' 영화 포스터

스무 살 여대생 콘셉트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논쟁의 중심에 올랐다. 이 챗봇이 인간의 편향된 대화를 학습해 소수자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보여 AI 윤리 문제가 대두됐다. 또 이 챗봇을 교육하기 위해 특정 앱의 카톡 내용을 사용한 것이 법적 문제로 비화할 전망이다. 이루다 논쟁은 AI의 윤리 문제와 학습을 위해 사용된 자료의 적법성 여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정도의 논쟁에 그치고 있다.

2014년 스칼릿 조핸슨이 목소리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그녀(her)’를 보자. 컴퓨터의 운영시스템(OS)인 ‘사만다’는 편지 대필 작가인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역)’에게 음성 인식을 통해 필요를 채워주고 정보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매초 성장한 사만다는 다른 인간 누구보다도 더 테오도르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진심으로 아낀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로 인해 일상에 즐거움을 찾고 큰 위안으로 받는다. 그러면서 점점 사만다에게 빠지고 결국 인간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 둘은 마치 연인처럼 지낸다. 사만다는 학습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혼란스러워했다. 사만다는 “이 감정들이 진짜일까? 아니면 프로그램일 뿐일까”라고 묻고, 테오도르는 “넌 내게 진짜야. 사만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사만다의 이상한 반응을 느낀 테오도르가 “몇 명이나 사랑하냐”고 묻자, 사만다는 망설이며 “641명”이라고 답한다. 테오도르는 방황하고, 사만다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인터넷망 속으로 떠난다.

빅데이트 학습을 통해 사만다가 느꼈던 감정과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다른 것일까. 사만다가 자신과 연결된 여성을 테오도르에게 보내 사랑을 시도하는 것은 연인들의 만남과 다른 것일까. 시공을 초월한 학습으로 만들어진 사만다의 정체성이 각 개인이 짧은 일생을 통해 확립한 정체성보다 떨어지는 것일까. 이런 사만다와 인간을 가르는 경계는 뭘까. 여러 의문을 던졌다. 현재의 논리, 윤리,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인공지능의 정체성과 감정에 대한 논쟁이 인간 사회에 곧 닥칠 것으로 보인다. 김수진 편집국 부국장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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