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Ⅰ] 허기진 마음 채워 줄, 특별한 한 모금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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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데니스’는 낡은 가게 두 곳을 뜯어 리모델링한 덕에 독특한 공간의 멋을 자랑한다. 카페 외관. ‘카페 데니스’는 낡은 가게 두 곳을 뜯어 리모델링한 덕에 독특한 공간의 멋을 자랑한다. 카페 외관.

부산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가 적지 않다. 스페셜티는 단순한 아메리카노에 비해 맛이 훨씬 빼어난 고급 커피다. 코로나19 탓에 카페에 앉을 수는 없지만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거나, 원두를 구매해서 집에서 내려 먹어도 된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 4곳을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추운 날씨에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집안에 갇힌 스트레스를 풀어보자.


‘카페 데니스’는 낡은 가게 두 곳을 뜯어 리모델링한 덕에 독특한 공간의 멋을 자랑한다. 카페 외관. ‘카페 데니스’는 낡은 가게 두 곳을 뜯어 리모델링한 덕에 독특한 공간의 멋을 자랑한다. 카페 외관.

카페 데니스


‘카페 데니스’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위치만 보면 장사가 제대로 될까 싶다. 외양은 화려하지 않고 실내장식도 단출하다. 동네쌀집이나 구멍가게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희한한 매력이 쏟아진다. 더 중요한 건 커피 맛이다.

카페 데니스 오정훈(39) 대표는 만만치 않은 경력을 가졌다. 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카페에서 동료들과 연기 연습을 하다 커피에 맛을 들였다. 그래서 스물여섯 살 때 호주로 커피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 돌아온 뒤 2002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 챔피언인 호주 출신의 폴 바셋과 일하게 됐다. 그를 도와 서울에 폴 바셋 1호점을 개장했고, 새 매장 개업을 도와주는 오픈바이저 및 트레이너로 일했다.


부산의 오래된 멋·낡은 멋 담은 이색공간

호주 유학파 대표 호주 스타일 커피 선보여

플랫화이트·초코가루 뿌린 카푸치노 인기


‘카페 데니스’ 오정훈 대표 ‘카페 데니스’ 오정훈 대표

오 대표는 폴 바셋에서 4년 정도 일하다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독립했다. 그는 카페 위치와 실내 장식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커피는 어쩔 수 없이 외국 수입품을 쓰지만 공간은 가장 부산답게 꾸미고 싶었다. 부산의 오래된 멋, 낡은 멋을 꺼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면과 남포동에서는 손님들이 여유 없이 커피만 마시고 냉큼 갈 것 같았다. 풍광만 좋은 바닷가로 갈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송상현 광장 인근의 현재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다. 개업 당시에는 주변에 별다른 건물이 없어 조용해서 커피에 집중하기 좋아보였다.

오 대표는 우선 커피 때문에 알게 된 지인들에게 SNS로 ‘카페 데니스를 열었다’고 알렸다. 첫 손님은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SNS 사진이 정말 독특해서 기차를 타고 일부러 부산에 내려왔다고 했다. 이후 카페 데니스는 서울 사람과 외국인에게 독특한 카페로 인기를 얻었다. 커피 맛도 수준급이어서 고객 만족도는 날로 높아졌다. 이렇게 해서 희한한 위치에 문을 연 지 6년이 훌쩍 지나갔다.

오 씨는 “카페 데니스의 커피는 호주 스타일이다. 호주는 낙농국가여서 우유를 기반으로 한 커피가 맛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커피”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플랫화이트와 호주식 카푸치노를 소개했다. 플랫화이트는 신선한 우유와 커피를 동시에 즐기려고 호주에서 1980년대에 개발한 메뉴다. 호주식 카푸치노의 경우 초코 가루를 뿌려 내놓는다.

호주에서는 필터라고 하는 드립커피도 소개한다.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과테말라 산타 로사의 아야르자다. 초콜릿 맛이 나는가 싶더니 재스민 차와 홍차 맛도 풍긴다.

오 대표는 지역 카페의 공존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2019년 여름과 가을에는 카페 열다섯 곳과 뜻을 모아 경성대, 송상현 광장에서 부산인디커피페스티벌을 열었다. 다양한 카페의 다양한 커피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또 여러 카페가 뜻을 모아 생두를 공동구매하고 로스팅 등을 도와주기도 한다.

카페 데니스에서는 커피 외에 다른 음료수도 판다. 지역 이미지를 맛으로 표현하자는 뜻을 담아 이름도 이색적으로 지었다. 전포 율무, 루이보스 온천장, 범어사 에일, 금련산(메서드 디비네이션) 등이다. 금련산은 허브차를 침출해 레모네이드처럼 만든 음료수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 대표는 “카페 데니스 커피는 다른 가게보다 대체로 묵직한 편이다. 공간이 주는 느낌을 대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인터넷 구매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카페 데니스/부산진구 전포대로 306번길 36. 010-6684-2250.


부산교대 앞 ‘루트 커피’ 실내 장식은 평범하지만 커피는 남다르다. 카페 정면. 부산교대 앞 ‘루트 커피’ 실내 장식은 평범하지만 커피는 남다르다. 카페 정면.

루트 커피


부산지하철 1호선 교대역 3번 출구에서 교대로를 따라 부산교육대학교로 가다 보면 많은 카페가 나타난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결코 싸지 않은 스페셜티 커피로 인근 직장인들의 사랑을 얻은 카페가 있다. 올해로 커피 경력 15년을 자랑하는 정지현(40) 대표의 ‘루트 커피’다.

정 대표는 대학교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다. 카지노 딜러의 꿈을 꾸던 그는 2005년 우연히 카페 관련 책을 읽은 뒤 큰 감동을 받아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만 해도 부산에 스페셜티 커피 전문카페는 많지 않던 때였다.


남산동서 지난해 초 교대 인근으로 이전

소규모 생산하는 ‘마이크로 랏 생두’ 취급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라테 색다른 맛


부산교대 앞 ‘루트 커피’ 정지현 대표. 부산교대 앞 ‘루트 커피’ 정지현 대표.

부산에 커피를 제대로 배울 학원도 드물어 정 대표는 할 수 없이 서울에 올라갔다. 학원에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운 그는 5년 동안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바리스타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누나가 사는 부산에 내려온 것은 10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남산동에 루트 커피를 열어 누나와 함께 영업했다. 장사는 꽤 잘 됐다.하지만 주말에도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 생활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여유를 가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산동 가게를 접고 지난해 초 현재 위치로 옮겼다. 직원을 여러 명 쓰던 70평짜리 가게를 줄여 18평 점포에서 혼자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전개업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카페를 새로 열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상황이 나아지면 커피 교육과 모임을 진행할 계획이다.

루트 커피는 가게에서 직접 생두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다. 부산 시내 카페 20여 곳에 신선한 원두를 납품하고 있다. 정 대표는 “미리 재고를 만들어두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볶는다. 그래서 가장 신선한 원두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마이크로 랏’ 커피를 주로 다룬다. 작은 농장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커피다. 생두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생두 원래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게 마이크로 랏의 장점이다. 소량 생산이어서 맛은 좋아지지만 다른 스페셜티커피보다 다소 비싸다. 정 대표는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 마이크로 랏 농장이 많다. 생두를 미세하게 들여다보며 키울 수 있어 질 좋은 커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따뜻한 커피를 두 잔 내려온다. 하얀 잔에 담긴 건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다. 부드러운 초콜릿 같은 느낌을 주는 커피다. 구지 우라가 마을은 최근 주목받는 커피를 생산하는 산지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파란 테두리를 두른 잔에는 에티오피아 모모라 내추럴이 담겼다. 산미가 제법 있고 건자두 느낌을 준다.

루트 커피에서 이색적인 건 라테다. 블랜딩 대신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커피를 이용해 다른 카페의 라테와 차별되는 느낌을 준다. 약간 달달하면서 딸기우유 같은 분위기다.

정 대표는 “주변 직장인이 많이 찾아온다. 점심 무렵 커피를 사서 들고 가는 손님이 많다. 인근에 카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큰 장점을 가진 카페여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성비를 높이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더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루트커피/부산 연제구 교대로 12. 010-9579-3976.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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