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89 >아무려면, 그렇고 말고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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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사람살이에서야 분별력이 중요하겠지만, 말글살이에서는 구별력이 중요하다. 비슷한 말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면 낭패 보기 십상인 것. 하니, 어떻게 보면 어휘력도 이 구별하는 힘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 문장을 보자.

‘중앙동 뒷길로 들어서면 그 길만큼 오래된 어수룩한 음식점들이 나란하다.’

여기서 ‘어수룩한 음식점’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어수룩하다: ①겉모습이나 언행이 치밀하지 못하여 순진하고 어설픈 데가 있다.(그 사람은 어수룩한 시골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모았다./그는 어수룩해서 아무에게나 돈을 잘 빌려 준다./내가 일도 참 잘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김유정, 봄봄〉/… ②제도나 규율에 의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매우 느슨하다.(세상이 그렇게 어수룩한 줄 알았니?/….)

이러니, 쉽게 말해 어설프거나 느슨하다는 얘기다. 저 자리에 올 말이 아니었던 것. 어울릴 말은 ‘허름하다’쯤이다. ‘어수룩하다/허름하다’를 구별하는 힘이 떨어져서 벌어진 해프닝인 셈.(문맥으로 보자면 ‘허술하다’도 괜찮았겠다.)

‘이에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지금 집값이 오른 것이 모두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식의 주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려면 3년 만에 주택 정책을 망쳤겠나”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선 ‘아무려면’이 잘못이다. ‘아무러면’과 ‘아무려면’을 구별하지 못해 빚어진 일. 표준사전을 보자.

*아무려면: ‘아무렴’의 본말.(아무려면, 자네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아무러면: (주로 의문문에 쓰여)있기 어려운 경우나 상태를 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어떤 사실에 대한 확신을 반어적인 의문문으로 나타낼 때 쓴다.(아무러면 그 애가 정말 그런 말을 했을까?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내 돈 벌마. 널 생각해서라도 돈 모을 거다. 아무러면 내가 널 못 본 체하겠니?〈한수산, 부초〉/글쎄 가만 계세요. 아무러면 굶어 죽기야 하겠습니까?〈염상섭, 취우〉)

이러니, 헷갈릴 때는 ‘아무렴’을 넣어서 말이 되면 ‘아무려면’, 말이 되지 않으면 ‘아무러면’으로 쓰면 될 터. 비슷하게 생긴 ‘아무려나’도 ‘아무려면’과 쓰임이 비슷하다.

*아무려나: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승낙할 때 하는 말.(“가도 됩니까?” “아무려나, 좋을 대로 하게.”/“내일 다 마칠게요.” “아무려나, 난 상관없어.”)

단, ‘아무러나’는 ‘‘아무려나’의 잘못’이니 조심할 것.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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