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시장이 되려는 분들께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세익 사회부 행정팀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검색·분석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흥미로운 트렌드 하나가 읽힌다. ‘부산시장’을 키워드로 지난 1년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4월에만 부산시장 관련 기사가 1798건에 달했다. 직전 3개월 동안 매달 100~500건 수준에 머물던 것과 비교된다. 짐작했겠지만, 기사를 폭증시킨 연관어는 ‘오거돈 성추행’ 사건.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23일 스스로 성추행 사실을 밝히면서 사퇴했으니, 직후 일주일 동안 관련 기사가 온오프라인에 무더기로 쏟아졌던 것이다. 당시 부산시민들은 충격 속에서 2004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안상영 전 시장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지난해 부산시장발 전국구 ‘대형사고’ 충격

‘내가 시장감’이라 잇따라 나서는 후보들

코로나19 속 보선 치르는 시민 마음은 착잡

구태·적폐·사익 벗어난 새 인물 시민 손 잡길


그런데 놀랍게도 3개월 뒤인 지난해 7월 다시 부산시장이 소환된다. 그 달에만 4월과 비슷한 1754건의 기사가 집계됐는데 대부분 박원순, 오거돈, 보궐선거, 민주당이 연관어였다. 성추행 관련 의혹이 부른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잊혀지던 부산시장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런 지난해를 돌아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놀라운 정책이나 뛰어난 인물이 아닌 불명예의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치른 부산시장은 시민 누구도 바라지 않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생존 위기에 몰린 시민들이 느낀 자괴감, 굴욕감은 더욱 컸다.

지난해 11월, 부산시장과 관련된 기사가 갑자기 2471건이 됐다. 4월과 7월을 넘어섰다. 왜 그런가 보았더니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신공항 추진이 수도권 언론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SNS·커뮤니티 공간을 중심으로 오 전 시장의 가덕도 재산 루머와 의혹까지 더해져 또 한차례 ‘부산시장’은 수모를 겪었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시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한동안 잠적한 그는 언론과 시민을 피하기에 바빴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거듭 머리를 조아리고, 그를 시장으로 만든 측근 세력은 민선7기 시정 실패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도 성에 차지 않을 상황이었다.

오 전 시장은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과정에서 거물급 변호사들을 동원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왔다. 이후 그는 기소를 저울질하는 검찰에 다시 불려가 조사를 받는 굴욕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에 있든, 사퇴를 했든 ‘부산시장’으로서 도리를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는지 시민을 대신해서 그에게 묻고 싶다.

오 전 시장이 떠난 부산시는 권한대행 체제로 한해를 겨우 버텼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해 부산시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인사 실무의 수장인 행정자치국장이 돌연 휴가를 내는 등 석연찮은 난맥상을 노출하기도 했다.

어쨌든 다가온 4월 보궐선거로 각 정당은 후보 경선 규칙 등을 확정하면서 서서히 선거 분위기를 달군다. 애써 ‘1년짜리 부산시장’이 되겠다는 후보들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정을 책임지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과 새해 들어 출마를 위해 사퇴한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두 사람은 과거 허남식, 오거돈 부시장처럼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해 세간의 이야깃거리다. 과거 특정 정당의 후보가 곧 시장이 되던 시절에 물밑, 밀실 정치로 시장 후보가 정해지던 것에 비하면 반길 일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에게 시민들은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충격적인 실패 사례를 경험한 시민들은 모든 잣대를 부산시민을 향해 놓고, 구태와 적폐, 사익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과 혁신을 바란다. 그 이전에 민선7기 부산시정을 책임졌던 이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고, 다시 원점에서 새로운 부산시장을 골라내겠다는 생각이 여론조사에서 두터운 ‘부동층’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도 탄핵되는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은 지난해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이의 처절한 반성을 아직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부산시장이 되려는 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시민이 원하는 부산시장으로서 큰 부끄러움이 없는지, 과대포장된 ‘개선장군’이거나 ‘종이 호랑이’는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았으면 한다.

오는 4월 7일 오후 8시,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투표가 종료되고 영광스러운 당선자가 부산시청에 입성할 것이다. 그런 뒤에는 “부산시가 오늘 무슨 발표를 할까?” 시민들을 설레게 하는, 시민이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길 간절히 빈다.

run@busan.com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