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항 재개발, 지난 100년 품고 다가올 100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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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부산시 도시균형재생국장

1950년 12월, 전쟁 물자를 실어나르던 한 선박이 부산항에 화물을 내려놓고 흥남부두로 향했다. 흥남 철수 작전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흥남부두에서 맞닥뜨린 건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였다.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이 결정됐다. 배의 정원은 60명 남짓. 하지만 선장은 화물과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란민부터 태우라는 명령을 내렸고 무려 1만4천 명이 배에 올랐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로 일컬어지는 ‘메러디스 빅토리호’ 이야기다.

1만4천여 명의 피란민들이 자유와 평화를 찾아 향한 곳은 부산항 북항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 항만이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을 품은 바로 그 북항이다. 북항 일대는 1876년 개항 후 처음으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부산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며,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까지 담을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연안부두에서 4부두 일원 지역에 진행되는 1단계 사업은 내년 부지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수 시설과 상업 업무시설이 들어서게 되는데, 그동안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 상업지구 건축물 높이와 용도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분양토지에 관해서는 부산항만공사가 지난해 12월 ‘매각예정부지 사업화 및 관리방안 수립용역’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부산시도 최대한 난개발을 지양하고 역사성 보존을 포함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노력을 할 계획이다.

1단계 사업을 보완하고 북항 재개발을 완성할 2단계 사업은 자성대부두, 범일동·좌천동 배후부지, 부산진 CY부지까지 포함된다. 투자유치부터 시민소통까지 대부분의 사업을 부산시가 주도하게 되며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단계가 노후화된 항만부지 개발이 골자라면 2단계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철도 재배치, 배후 주거지역 정비 등 부산의 숙원 사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지 일부를 엑스포 개최지로 조성하고 원도심과 연계하는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부산 미래 100년이 2단계 사업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아직 밑그림이 나온 정도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2030 부산월드엑스포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내년 5월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면 2022년 BIE가 실사를 오게 되는데, 이미 부지가 확정되어있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북항재개발 사업을 통해 부지를 조성하면 개최 장소 마련을 위한 비용이 따로 들지 않고 환경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둘째, 시민들께 북항을 돌려주는 과정이다. 공공용지 비율만 50% 이상이다. 공원과 녹지 비율이 늘어나고 보행데크도 만들어진다. 초량동, 수정동 지역과 북항을 연결하는 도로를 조성하면 원도심 활력 재고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으로 부산시는 내다보고 있다.

셋째, 지역 경제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다. 1단계 해양관광 복합시설에 더해 2단계 사업에서는 부산의 강점을 살려 해양금융, 해양 비즈니스 등을 집적한 신해양산업 중심지가 조성된다. 앞으로 북항은 글로벌기업이 상주하고 관광객이 넘쳐나는, 그래서 자본과 인재가 모이는 항만으로 변모할 것이다. 부산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어르신들은 친수공간을 거닐며 옛 추억을 이야기할 것이다. 북항재개발 사업이 지역 경제를 살릴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부산이 꿀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결론적으로는 북항에 정박하지 못했다. 부산은 이미 피란민들로 넘쳐나 1만4천 명이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부산에 정착한 수많은 피란민들과 부산 사람들은 대한민국 산업을 일으켰고, 다시 북항 재개발로 미래 100년을 그리고 있다. 자유와 평화의 땅이었던 부산이 이제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항이 역동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심장이 되길! 2021년 새해 큰 희망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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