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4)모노네온 ‘Banana Peel on Capitol Hill’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테크닉’은 음악적 표현 수단일 뿐, 그것이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바 보다 우선 될 수 없다는 것은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이야기일 텐데요. 어느 세대에나 음악의 개인적 취향을 떠나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는 음악가의 등장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런 음악가와 만나면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 활동을 지켜보는 팬의 즐거움 또한 클 수밖에 없지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모노네온(MonoNeon)은 세상에 음악이 존재하는 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를 새로이 보는 즐거움은 영원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모노네온은 작곡가이자 베이스 연주자 그리고 실험음악가로 소개되는 디웨인 토마스 주니어(Dywane Thomas Jr.)의 1인 프로젝트팀입니다.

그가 올린 재미있고 걸출한 음악 영상들은 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저 역시 ‘이런 아티스트가 있었나?’ 생각을 했는데요. 그의 음악을 집중해서 살펴보게 된 것은 존 메이어가 그의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모노네온을 언급하는 것을 우연히 보면서였습니다. 모노네온으로 발표된 음악을 처음부터 정주행하며 듣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리고 그의 음악에 단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노네온의 음악을 듣노라면 프린스의 음악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디 안젤로의 음악적 결도 함께 느껴지는데요. 공교롭게도 그는 2015년부터 프린스와 함께했죠. 사실 모노네온이 2012년 즈음 발표한 초기 음악을 들어보면 소울과 리듬앤블루스 그리고 펑크의 요소가 흠뻑 느껴집니다. 동시에 낯설게 다가올 만큼 실험적 성격이 무척 강합니다.

올해 1월 발매된 모노네온의 최신작 ‘Banana Peel on Capitol Hill’과는 상당히 다른 결을 들려주지요. 어쩌면 그의 음악은 그가 함께하고, 또 그가 존경했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나 교류를 통해 계속 변화가 진행 중인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지금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네오 소울의 새로운 미래를 잠시 엿보는 앨범이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유는 그의 최근작 안에 비틀스와 스티브 원더의 음악을 비롯해 오랜 세월 우리에게 사랑받던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들이 아주 다채롭게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음악에서 프린스나 디 안젤로의 음악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유사한 결을 가진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 즐거움과는 또 다릅니다.

오히려 프린스와 같은 음악이 어떤 장르적 시대에 놓여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다른 음악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같이 호흡을 해 왔는가를 ‘지도’로 보는 것과 같은 쾌감을 선사한다고 할까요. 실험적이며 학구적인 음악을 선보여왔던 모노네온의 배경과 그의 참신한 시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기대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