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 벗고 픽사 애니메이터로…‘소울’ 김재형이 말하는 ‘행복한 삶’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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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주인공 조 등 제작
의사 관두고 미국 行…2006년 픽사 스튜디오 입사
‘라따뚜이’ ‘토이스토리 3·4’ ‘인사이드 아웃’ 참여

디즈니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가 영화 '소울'로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가 영화 '소울'로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퀴즈 하나. 디즈니 픽사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3·4’와 ‘코코’, ‘인사이드 아웃’에는 흥미로운 공통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통통 튀는 캐릭터가 가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영화에 담긴 점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하나는 무엇일까?

정답은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제작에 참여한 것. 이들 작품 모두 김재형(48) 애니메이터의 손을 거쳐 탄생한 픽사의 ‘대표작’이다. 그런 그가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소울’에선 주인공 캐릭터를 섬세하게 빚어냈다. 신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김 애니메이터를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났다.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뉴욕의 음악 교사 ‘조’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영혼들의 세계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조는 그곳에서 환생을 원치 않는 까칠한 영혼 22를 만나 생사를 넘나든 모험에 나선다. 김 애니메이터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40대 흑인 남성 조와 영혼 상태의 조, 고양이가 된 조와 영혼 22 등의 캐릭터 작업을 맡았다.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다 서른 살에 애니메이터의 꿈을 좇아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그에겐 이번 영화가 더욱 각별했단다. 교사이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조의 모습은 의사 가운을 벗고 애니메이터의 길을 택한 그와 닮은 면이 있어서다.

김 애니메이터는 “주변의 기대에 따라 의대에 갔지만, 일하면서 점점 열의가 줄어들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한참 고민한 끝에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리고 병원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진로를 바꾼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한동안 서로 대화를 하지 않을 정도로요. 지금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기뻐하세요. 이번 영화는 줄곧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가’란 메시지를 전하는데, 지금도 많이 공감이 가죠.”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번 영화는 픽사 최초로 흑인 주인공을 내세운다. 그는 “성별과 인종 등 여러 면에서 다양성을 강조해온 픽사의 노력에 정점을 찍을 작품”이라며 “아직 갈 길은 멀겠지만 노력한 성과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캐릭터 표현을 위해선 공동 연출자 캠프 파워스를 비롯해 흑인 문화에서 자란 동료들의 조언을 들었다. 또 흑인 문화에서 꽃핀 ‘재즈’를 알맞게 표현하기 위해선 재즈의 역사를 공부하고 악기 다루는 법을 익히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 경험을 많이 해서 내면에 작업 재료를 많이 쌓아놓으려고 한다”며 “그런 경험들이 작업할 때 순간순간 떠올라 영감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멈추지 않는 그의 노력 덕분일까. 알록달록한 그림체에 알맞게 입혀진 아름다운 재즈 선율은 보는 이를 금세 스크린 속 세상에 빠져들게 한다.

디즈니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가 영화 '소울'로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가 영화 '소울'로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김 애니메이터는 2006년 픽사 스튜디오에 들어간 뒤 ‘라따뚜이’ ‘토이스토리 3·4’ ‘코코’ ‘인사이드 아웃’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15년 동안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숱한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은 유독 크단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가 미국에선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된 데 반해 한국에선 극장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영화가 아시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다고 했을 때 한국에 직접 가고 싶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 못 갔지만 말이에요. 열심히 만든 영화가 한국에선 극장 개봉해 기뻐요. 관객에게 ‘소울’이 영혼(soul)을 힐링할 수 있는 음식(food)처럼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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