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사설응급구조사 사망사건 전말… "12시간 맞고, 노예처럼 복종"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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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김해 사설응급구조사 사망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14일 방송된 SBS '궁금한이야기Y'에서는 김해 사설응급구조사 폭행 사망 사건을 둘러싼 숨겨진 내막에 대해 추적했다.

지난 달 25일 명수(가명) 씨는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설구조단의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형 학수(가명) 씨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명수 씨는 응급차를 운전하는 형이라 교통사고를 당했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형의) 시신의 모습은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끔찍했다.

명수 씨는 "(형이) 사망했을 때, 몸을 봤는데 진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라며 "피부가 뜨거운 거로 인해 밑으로 껍질이 그냥 없었다. 벗겨놓은 상태였다. 경찰서에서 '이 부분은 고문한 게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 대원도 당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학수 씨의 몸에 사후 강직이 나타났는데도 신고를 한 사장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사설구조단 사장은 전날 학수 씨와 다툼이 있어 다리를 몇 차례 찼을 분이라고 했지만, 학수 씨를 폭행하는 영상이 발견되면서 결국 그는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폭행이 시작된 건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오후 2시경. 전날 마산의 한 병원에 출동을 나갔다가 접촉사고를 낸 일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시간 넘게 학수 씨를 폭행했다. 정신을 잃은 그를 사무실에 밤새 방치해놓았다고 한다.

사장은 이튿날 오전에도 폭행을 가해 결국 학수 씨는 다발성 손상과 외인성 쇼크에 의해 사망했다. 그런데, 학수 씨의 동료들은 사장의 폭언과 폭행이 수년간 지속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캡처

이곳에서 근무한 5년 내내 학수 씨는 사장의 폭행에 시달렸고, 일주일에 3차례 이상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사장의 개를 돌보라며 숙소에서 개와 함께 생활하게 하는가 하면 방에 CCTV를 달아 학수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기까지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몸무게가 100kg에 달할 정도로 건장했던 학수 씨는 몰라볼 정도로 야위었고, 남들이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사장 말에 무조건 복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오랜 기간 이뤄진 폭행 등으로 인해 정신적 지배상태에서 학수 씨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은 학수 씨가 계속된 폭행에도 이송단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사장이 구급차 사고 수리 비용 등을 이유로 차용증을 쓰게 했고, 급여까지 압류한 상태였다. 심지어 가족에 대해 위협까지 하기도 했기 때문에 쉽게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편, 동생 명수 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해 응급이송단에서 생긴 끔찍하고 경악스러운 살인사건의 가해자들을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그는 "형님은 숨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고문과 같은 구타를 수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당하며 마지막에는 어두운 사무실 구석자리에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라며 "(구타로 인해 형님이) 이상증세가 나타났음에도 B 씨의 형님을 일으켜 세우고 동영상 촬영하며 조롱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형님은 고통 속에서 서서히 심장이 멈췄고 장례식장 안치실에 누워있는 형님의 얼굴과 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 가해자를 살인죄로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14일 8시 현재 1만5300여 명의 동의했고, 다음 달 3일 마감한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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