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전환의 시대, 해양수산 정책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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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환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해양수산 정책의 미래를 이끌 ‘제3차 해양수산 발전 기본계획’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기본계획은 해양수산부 등 15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해양수산 분야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해양수산 발전 시행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의 해양수산 정책에 적극 반영되도록 하고 예산 지원을 하게 된다. 동북아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차 기본계획은 ‘전환의 시대, 생명의 바다 풍요로운 미래’라는 비전 아래 ‘안전하고 행복한 포용의 바다’ ‘디지털과 혁신이 이끄는 성장의 바다’ ‘세대와 세계를 아우르는 상생의 바다’를 3대 목표로 설정했다.


해양수산 발전 3차 기본계획 수립

해수 디지털 전환·안전 강화 기대돼

신기술 강소기업 육성책 없어 한계

세계 해양 선도국가 도약 매진해야


이 기본계획의 추진 전략과 세부 과제들은 대내외 환경변화 요인들을 잘 반영해 향후 한국 해양수산 정책의 핵심적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기존 해운·항만 중심의 해양수산업 구조에서 해양바이오산업, 해양에너지·자원산업, 해양레저관광, 첨단 해양장비 등 4개 분야 신산업을 육성해 해양수산의 질적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해양수산 분야 안전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항만산업의 산재율은 더 심각하다. 2017년 기준 항만근로자 재해율은 전체 산업평균의 2배에 이른다. 특히 부산항은 국내 최대 산재항만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4대 항만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사망사고의 70%, 부상사고의 30%가 부산항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크고 작은 선박사고로 인한 사망 및 실종자 수는 연간 100명을 상회한다. 이런 후진국형 해양 안전사고를 줄이지 않고서는 생명의 바다라는 비전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다행히 3차 기본계획에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사고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능형 해상정보교통 시스템을 활용해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고 하니 일단 희망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양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환영할 만하다. 2030년까지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완료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점유율 50%를 달성하고, 부산항 제2신항을 한국형 스마트 항만으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스마트 양식기술, 스마트 수산식품 가공공장 표준 모델 개발,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 등 수산업 디지털화 계획도 있다. 뜻대로 된다면야 더 바랄 게 없다. 다만 영세한 중소업체가 많은 해양수산업 특성상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려면 혁신적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강소기업 육성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 산업을 육성한다는 건 결국 기업을 육성하는 기업정책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과 육상전원공급장치(AMP) 보급 확대를 통한 탈탄소 친환경 항만 조성계획도 미세먼지 국내 1위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으로선 눈여겨볼 대목이다. AMP는 정박 중인 선박이 엔진을 가동하지 않도록 육상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이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선박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산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선박과 항만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부는 9322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전국 13개 주요 항만 248곳에 AMP를 설치해 항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탁상행정이 되기 십상이다. 국내 입항 선박의 경우 AMP로부터 육상 전원을 공급받는 수전시설을 갖춘 선박이 거의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와 인천항 국제여객부두뿐만 아니라 부산신항에 설치된 AMP 4기도 지난해 9월까지 선박의 이용률은 9%에 그쳤다. 이는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AMP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선박의 수전설비는 권고사항이라는 점, 해수부의 수전시설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AMP용 전기요금이 비싼 데 기인한다. 결국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은 갖췄지만, 이를 이용할 선박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외국처럼 선박에 수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AMP 전기 사용에 특례 요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3차 기본계획으로 미래 해양수산 청사진은 그려졌다. 이제 글로벌 해양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은 공무원뿐 아니라 해양수산인과 우리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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